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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내가 대화를 주도하잖아."
"나만 얘기하니까 현타 온다."
"아무 감정 없이 나를 만지는 것 같아서 싫어."
네가 했던 이 말들은 전부 거짓이다.

나는 귀가 후 청소거리와 저녁 공부가 남아 있음에도
같이 있고 싶다는 네 말에
네 옆으로 가서 누워 얘기를 나눴다.

오늘 저녁 너와 내가 나눈 대화 주제는
절반은 내가 꺼낸 것이었으며
내가 꺼낸 주제가 아닐 때에도
나는 네 얘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나에게 네가 무슨 말을 했었는지 물어본대도
난 네가 했던 말들을 상기할 수 있다.

네 직장에 가는 좀 더 나은 교통편을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넌 몇번이나 말했는데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며
짜증을 냈다.
그래 맞아 내가 환승이 되는 걸 안되는 걸로 착각했지.
근데 답답하다고 나한테 그렇게 막 짜증 내도 돼?

그리고 내가 널 아무 감정 없이 만진다고..
네가 합숙 기간 중 혼자 해결했다는 말도 했었고,
언뜻 침대 옆에 스위트티도 있었기에
자기 전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고 했었다.
나도 계속 원했으니까.
이 사고 과정이 널 생각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있었을까.
넌 도대체 어떤 생각을 했길래
내가 널 아무 감정 없이 만진다고 느꼈을까.
궁금하다.

나는 네가 하는 이런 말들이 본래 의도가 무엇이든
계속해서 나를 무언가 잘못한 사람으로 만들고
나 스스로를 너에게 주는 관심과 애정이 부족한 사람이라 생각하게 해
나로 하여금 너의 눈치를 보게 하고
내 행동을 네 마음대로 휘두르려 하는
가스라이팅으로 느껴진다.
네 감정이 어떤지 너 스스로도 설명 못하고 있으면서
내가 뭘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건지..

관종이라서 사랑 받는 느낌을 원한다고?
아니, 그게 아니라 넌
네가 사랑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
내 사랑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진심으로 내가 너에게 하는 표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넌 네가 받기를 원하는 만큼의 사랑을
나에게 표현했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그래 내 표현이 부족했을 수 있다.
근데 오늘은 정말 아니다.
만약 너의 우울한 감정의 원인이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였으면
오늘처럼 나 때문에 우울하다는 식으로 말했으면 안됐다.

'내가 원하는 걸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아서 싫다.'
이것도 착각이다.
넌 바쁜 날 위해 새로 이사 갈 집을 알아보고
보러 다니는 일을 혼자 한다고 했었고,
나는 네가 매물을 보여주면
괜찮을지 같이 의논해주면 된다고 했었다.

그래서 난 오늘 네가 보여준 매물들을 꼼꼼히 살펴 봤고,
여러 조건들에 대해 상세하게 같이 얘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 의견이 뭐가 없다는 걸까.
내가 집을 알아와서 너에게 보여주면서
이 집은 어떻냐고 물어봤어야
네가 마음에 들어 했을까.
그럼 애초에 네가 집을 알아본다고 하질 말든가.

평소였으면 어떻게든 따뜻하게 다가가
너의 기분을 달래보려 했겠지만
오늘은 너무 억울해서 그러기가 싫다.

그래도 나는 양치를 하라는 핑계로
말을 걸고 분위기도 풀어보려고 했지만
"나 건들지마."
라고 벽을 치는 너를 보며 결론을 내렸다.
그래. 난 또 죄인이구나.

내 기분을 이렇게 더럽게 만들고는
10분도 안 돼 새근새근 잠들어버린 널 보니
그냥 피곤하고 예민해서 그런건가, 싶다가도
괘씸하고 억울해서 잠이 오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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