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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했다. 당시 우리가 부르는 '선생님'이라는 직책은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수업을 하고 담임을 맡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선생님이고, 하나는 기숙사 사감 선생님이었다. 우리는 그분들을 선생님이라 부르는 것을 탐탁치 않아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철없는 마인드지만, 그때는 그랬더랬다. 아마 지금 그 학교를 다니는 내 후배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겠지. 

  어쨌든 우리는 그분들을 알게 모르게 무시해왔다. 낮에 교실에서 만나는 선생님들보다 학력도 낮을 뿐더러, 직책이나 업무 등 모든 것이 열등해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땀을 뻘뻘 흘리며 기숙사 입실 출석체크를 하는 사감 선생님들을 보며'저사람들처럼은 되지 말아야지'라는 저열한 생각으로 공부를 했다.

  그렇게 대학을 가고, 사람에게 등급을 메기는 짓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 대학에선 학점이 나오지만, 학점이 낮은 학생이 티가 나지도 않았고, 그렇다 할지라도 그사람을 아무도 무시하지 않았다. 군대에 가서 고졸을 만나고, 귀화 외국인을 만나면서 학력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짓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알던 지인들 중 고졸은 없었다. 내 지인 중 고졸이 생기면서 나는 고졸에 대한 편견을 스스로 깨고 나왔다. 그리고 군생활을 하면서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는 것 자체를 하지 않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성숙해져갔다.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하면서 내가 원하는 직업의 사회적 위치와 직무 난이도, 봉급 등에 대해 생각할 때면 그 사감 선생님들이 떠오른다. 그분들은 자신들을 무시하는 새파랗게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오늘도 누군가는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받고, 어리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직급이 낮다는 이유로 차별 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뱃속에서 나올 땐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은연중에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 이 글을 읽으며 더러워지지 않기 위해 내 생각을 기록한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교재를 건네주시는 우체국 집배원님을 보며 든 잡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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