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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919일 수요일. 동그라미는 나를 보러 대전에 왔다. 내가 11시부터 12시까지 수업을 듣는 동안 동그라미는 우리 집에 와 샤워를 하고 있었다. 동그라미는 원래 나 몰래 우리 집에 와서 깜짝 놀래켜 주려고 했었는데,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라 전날 내게 말을 해줬다. 나는 너무나도 감동을 받고 고마운 느낌을 받았다. 사람이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어쩜 이렇게 고맙고 매력적인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고, 나를 보겠다고 부산에서 대전까지 달려와줄까. 부산에 동그라미가 사는 곳에서 대전 가는 버스를 타려면 한 시간을 가야 한다고 했다. 그 한 시간과 대전으로 오는 버스를 약 세 시간을 타야 나를 만날 수 있다. 그럼에도 동그라미는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이 내 자취방에서 나를 맞이해 주었다. 동그라미는 내게 당연하지 않은 사람이고, 한없이 고마운 사람이다.

원래는 9월 초에 처음 만나고, 9월 말이나 10월 초에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동그라미는 초반에 관계를 돈독히 하고, 더 빨리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시간을 더 많이 낸다고 하며 나를 보러 와주었다. 나는 돌아오는 길에 파리바게트에 들러 생일때 케이크도 먹지 못했다는 동그라미의 생일케이크를 일주일이 지나 사 들고 갔다. 동그라미에게 촛불을 켜주고, 노래를 불러주었다. 케이크를 먹으려고 하는데, 동그라미는 포크 대신 숟가락을 필요로 했다. 동그라미는 먹을 때 매우 복스러운 사람이었다. 케이크를 숟가락에 크게 퍼서 한 입에 다 넣고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동그라미가 먹고 싶다는 것은 뭐든 다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동그라미와 함께 있으면 하루가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 첫 날은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냈다. 저녁에 노트북을 꺼내 함께 침대에서 영화 Her를 보았다. 한 번 봤던 영화였지만, 본 지 오래되고 내용이 잘 기억 나지 않아 새로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그라미와 함께 본다는 것이 설레었다. 영화관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좋은 사람과 좋은 영화를 보며 좋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 행복이 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둘째 날은 한밭수목원과 대전 엑스포다리에 갔다. 동그라미는 내 예상보다도 훨씬 좋아해주었다. 근처에 있던 국악원도 좋아했고, 다리 아래 강가에도 가고 싶어 했다. 다리 위를 한 바퀴 돌고 난 후 우리는 강가로 내려갔다. 거기서 동그라미의 아버지께 보낼 사진을 찍고, 얼음을 입에서 입으로 넘겨받았다. 그런 순간들이 황홀하고 행복하게 기억된다. 동그라미가 좋아해주는 내 모습들, 내가 데려간 곳을 좋아해주는 동그라미의 모습.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내 여자라는 사실, 새삼 감정이 벅찼다.

셋째 날은 사실 많은 시간을 함께하진 못했다. 내가 봉사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간장계란밥을 해줬는데, 김치 반찬밖에 없었는데도 너무 맛있게 잘 먹는 모습이 참 복스러웠다. 밥을 좀 많이 펐는데도 한 그릇을 싹 비우는 게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봉사활동을 다녀오는 길이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다녀와서 간단히 샤워를 한 후 저녁을 먹으러 갈지 이야기를 하다, 그냥 함께 침대에서 누워있기로 했다. 같이 그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동그라미를 버스 터미널에 데려다 주었다. 일곱 시 즈음 동그라미의 다음날 알바 스케줄이 나오는데, A조였기에 저녁에 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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