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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이룬 적이 없어.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제대로 노력을 안 해.
노오력을.

3년 전에 말했던 걸
아직도 안 하고 있잖아.
그것도 내가 배우는 입장인데.

넌 주인이 될 자격이 없어.

3년 전이었다면
콩깍지가 씌여서
이렇게 저렇게 해보자 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야.

최근 들어 너에게 오만 정이 다 떨어지고 있어.

그래도
'아, 내가 이렇게 한심하다니'
하면서 자책하지는 마.

그냥
난 원래 이런 놈이구나.
생각해.

그게 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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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내게 대화가 안 통하는 사람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고 했다. 맞다. 우리는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대화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다. 이걸 맞춰가는 과정에서 너는 나의 방식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고, 나는 그걸 고치거나 맞춰 주려 노력하지 않았다. 고친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대로 돌아왔다. 내 안에 있는 방어기제, 예민함, 점점 널 당연시 여기는 나의 오만함 등 항상 등신같이 지나고 나면 후회한다. 너는 서로의 잘잘못이 있다고 했으나, 나는 내 잘못이 더 크다고 느낀다. 이 문제에 대해서 네가 몇 번이나 말했었고, 그 때마다 나는 사과하고 후회하고 반성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 한계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정말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놓아줄줄도 알아야 한다는 영화 대사가 있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또다시 내 욕심과 참회를 위해 너를 붙잡아야 할까. 아니면 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너를 이제는 놓아줘야 할까. 나를 만나면서 오히려 외로워지고 사랑에 대한 결핍이 커졌다는 말을 하며 내 앞에서 우는 너를 보며 나는 너를 붙잡는 게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오래전부터 이야기했던 것들을 고치지 않고 지키지 않는 나를 보면서 넌 점점 나에 대한 신뢰를 잃어갔겠지. 나에게 헤어지자고 말한 이유는 여러가지라고 했다. 사랑하지만 헤어지고 싶다고도 했다. 전부 납득이 가는 이유였지만, 그럼에도 난 정말 너를 놓치고 싶지가 않다. 나에게 주어진 약 20일의 시간 동안 난 뭘 더 할 수 있을까. 널 붙잡기 위한 시간을 보내야 할지, 널 힘들지 않게 보내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아 혼란스럽다. 그리고 이러다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모두 허비할까 더 두렵다. 적어도 시간이 지나고 후회는 하지 말아야 할텐데.

  여행가자, 는 말에 "할 수 있으면 하자"라고 대답하는 널 보며 난 더 불안해진다. 정말로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이성적으로는 들면서도, 현실을 부정한다. 그래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야. 내가 어떻게든 설득할 수 있을 거야. <있을 때 잘해>라는 노래에는 "가까이 있을 때 붙잡지 그랬어"라는 가사도 있다. 네가 아직 내 옆에 있을 때 네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릴 수 있다면 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네가 더 이상 우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큰 상실감으로 다가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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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모두 담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동그라미는 작년 9월 중순에 대학을 졸업하고 인천에 상륙했고, 나는 그 해 11월 대전의 자취방을 정리하고 동그라미와 동거를 시작했다. 동거를 시작한 것은 누군가가 이야기를 꺼내고, 수락한 게 아니었다.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계속해서 우리는 '언젠가는 장거리 연애를 청산해야 한다'고 다짐했고, 그 종착지가 동거였을 뿐이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따로 사는 것이 아닌 동거를 하는 것이 우리에겐 더 자연스러운 선택지였다.

  우리는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만나는 시간의 대부분을 서로의 일상 생활과 정말 밀접한 상황에서 지냈다. 나는 부산에 연고가 없었고, 동그라미는 대전에 연고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만남을 가질 때 서로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고, 자연스레 동거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생활 습관부터 서로의 행동에 대해 실망하거나 다투는 경우가 꽤 있었다. 한번은 정말 크게 싸운 적이 있었는데, 이유는 다름 아니라 내가 설거지를 해놓은 것을 동그라미가 못마땅해한 것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당시 우리는 버미큘라라는 회사에서 나온 밥솥으로 밥을 지어 먹었는데, 그 밥솥은 설거지를 하고 나서 물기를 잘 닦지 않으면 가장자리에 녹이 쉽게 슬어 주의해야 하는데, 내가 그 부분을 제대로 하지 않아 정말로 녹이 슬어버렸다.

  여기까지는 그냥 단순한 헤프닝이었는데, 그 밥솥을 관리하는 게 너무 까다롭다고 느낀 내가 그 밥솥을 설거지하기가 싫다고 말했고, 동그라미는 그런 나를 보며 자신이 못하는 부분에 대해 너무 쉽게 포기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작은 말싸움이 시작되었고, 동그라미가 나에게 "집안일을 하는 걸 보면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는지 짐작이 된다."라고 말했다. 화가 폭발한 나는 그 자리에서 "X나 싸X지 없다 X발."이라고 하고 집을 나와 버렸다. 그 날은 내 생일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냉전이 이어지다가, 다시 대화를 한 후 우리는 화해했다. 우리가 그 집에서 가장 크게 싸웠던 날이었다.

  그 집은 6개월 단기 원룸이었는데, 사람 두 명과 고양이 두 마리가 살기에는 너무 좁았다. 그래서 우리는 올해 3월 방이 넓게 빠진 1.5룸으로 이사를 왔고, 지금까지 살고 있다.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냐, 하면, 동그라미와 나 사이의 문제다. 언젠가부터 나는 동그라미의 말들이 모두 잔소리로 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느낀 내 감정이 동그라미를 대하는 말투와 태도에 비춰졌고, 동그라미는 내가 자신을 더 이상 다정하게 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인천에는 연고가 없는 동그라미는 나에게 정신적으로 많은 부분을 의지한다고 했는데, 그런 동그라미가 나의 태도를 보며 외로움도 느꼈다고 했다.

"우리 헤어져."

  이번 달 초, 동그라미가 나에게 이별을 선언했다. 점심으로 국수를 먹으며 변하지 않는 내 모습을 본 동그라미가 내린 결정이었다. 나는 그 순간 모든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나란 놈은 후회를 반복하면서도 변하지를 않는다. 당연하게도 나는 동그라미에게 매달렸고, 10월 한달 동안의 유예 기간을 갖기로 했다. 

  저번주에는 동그라미가 고향인 부산에 다녀왔다. 떨어져 있으면서 동그라미는 자신의 친구들을 만나고, 친구의 숙모님 댁에 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대화도 많이 하고 왔다.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그녀는 외로운 감정이 많이 위로된다고 했다. 통화를 하면서 나는 넌지시 그녀의 마음에 대해 물어봤는데, 그녀는 그런 걸 잘 눈치채는 편이라 "그냥 묻지 말고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지내자."라고 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요즘은 그 말대로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내고 있다. 평소처럼 앞으로의 계획과 일상 이야기를 하면서 헤어지자는 말을 한 적이 없던 것처럼 지낸다. 그래서 마음이 풀어진 건가,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아직 동그라미는 헤어지자는 말을 철회하지 않았고, 미래 이야기를 할 때 더 이상 "나와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이나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하지 않는다. 정말로 그녀와 이별을 준비해야 할지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평소처럼 지내는 지금의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다. 그래서 요즘은 지금껏 소홀히 했던 작은 순간들도 시간이 지나고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살고 그녀와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진작 이렇게 하지 않은 내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럽고 한심하지만,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잘 지내보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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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하지말라고 하는 것을 네가 하고 있다.
그것을 지적하는 나에게 넌
"네가 완벽하지 않듯 나도 완벽하지 않다."라고 했다.
그럼 나는, 내가 했던 만큼은 네가 그러더라도 참아야 하는 걸까.

점심을 같이 먹다가 나무 재질의 젓가락을 설거지한 후
어떻게 말려야 할지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우리집 식기 건조대는 수저를 말리는 공간이
바닥에 뚫린 물 빠지는 구멍이 너무 작아
그곳에 나무 식기를 넣어 말리면
아래쪽이 물로 인해 썩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식기구를 말릴 수 있는
바닥 구멍이 잘 뚫린 통을 하나 사고 싶었다.
하지만 너는 그건 불필요한 지출이고
그릇 말리는 곳에 그냥 눕혀서 말리면 된다고 했다.

평소 설거지를 대부분 맡아 하는 내 입장에선
수저를 눕혀 놓으면 아래 물받이에 빠져
고여있는 물에 수저가 젖기도 하고,
애초에 그것을 잘 눕혀 두기가 불편하기 때문에
작은 통 하나를 사면 딱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너는 눕혀서 건조할 수 있다는, 즉
대체할 방법이 있다는 이유로 그것을 사지 말라고 했다.
우린 계속 논쟁을 하다가
나무 수저는 네가 식사 후 바로 설거지를 하고,
만약 그렇게 하지 않을 때에는 내가 원하는 대로
수저통을 하나 사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나는 계속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평소에 아무 쓸모 없는 파우치, 메모지, 노트 등을 사오는
너의 모습과 지금 일상의 효용을 주장하는 너의 모습이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물어봤다.
네가 사오는 잡다한 것들도 쓸모 없는 것들이 아니냐, 라고.
그것들은 아무 쓸모가 없지만 내가 사고 싶은 통은
최대의 효용은 아닐지언정 어느정도는 편하지 않겠냐, 라고.

너는 내 질문에
"내가 사오는 물건과 굿즈들은 사치품이지만,
귀여운 걸 좋아하는 내 마음을 해소할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것들이다. 하지만 네가 사고 싶은
수저통은 건조대 옆에 수저를 놓아 말림으로써
충분히 대체가 가능한 것이다."
라고 했다.

나는 네 말이 비논리적이라고 생각해 반박하려는데,
너는 나에게 "같은 말을 몇 번을 하게 하는 거냐"라고 했다.
아까 전 수저를 네가 식사 후 바로 설거지하는 것으로
논쟁을 끝내놓고 왜 자꾸 딴 소리를 하냐는 말이었다.

나는 계속 생각나는 너의 이중적인 모습과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을 물어모고
궁금해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 않냐고 했고,
거기에 너는 "멍청해서 이해를 못한다."라고 했다.

나는 너의 태도에 대해 지적했다.
너는 일전에 나에게
'짜증이 난다고 짜증을 다 내지 말고,
왜 짜증이 나는지 설명을 해야
서로를 이해하고 기분이 상하지 않을 수 있다.'
라고 수차례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을 너에게 그대로 돌려주었다.
지금 왜 짜증을 내냐고.
내가 억지를 부린 것도 아니고,
물건을 그냥 막 사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소리를 지른 것도 아니고,
네가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을 못 사게 하는 이유가
이전에 했던 네 말과 달라서
의문이 드는 것을 물어보고 있을 뿐인데.

그것을 지적하는 나에게 넌
"네가 완벽하지 않듯 나도 완벽하지 않다."라고 했다.
내가 지적한 부분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넌
끝까지 나에게 짜증을 내며
눈치가 없다, 멍청하다, 꼴도 보기 싫다
라는 말을 퍼붓고는 방 문을 닫아버렸다.

그럼 나는, 내가 했던 만큼은 네가 그러더라도 참아야 하는 걸까.
내가 화나고 부당해도,
내가 아무리 전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받았어도
내가 했던 만큼은 그냥 참아야 하는 걸까.
아니면 나는 멍청하니까
넌 멍청한 나를 이해시키려 노력하느라 힘드니까
내가 참아야 하는 걸까.

나는 또 네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
너는 내가 작아진 모습을 싫어한다.
일면 허세로 보이더라도
당당하고 대담한 모습을 좋아한다.
하지만 네 앞에서 난 종종 작아진다.
네가 날 작아지게 한다.

나도 너를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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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과 나, 원룸에서 동거 중)
여친 : 양파 써는 중
나 : 공부하는 중
나 : 눈물이 너무 난다.
여친 : 나는 하나도 안나던데.

나 : (인터넷에서 양파 썰 때 눈물 안 나는 방법 검색)

나 : 양파를 물에 잠깐 담그거나, 물 안에서 썰거나, 초를 켜거나 하면 눈물이 훨씬 덜 난다더라.
여친 : 그래? 다음번엔 물에 한번 담갔다가 해볼게.
나 : 응
여친 : 근데 물에서 써는 건 진짜 아니다.
나 : 그렇게 하면 매운 게 많이 날아간다더라고.
여친 : 그렇게까지 할 거면 양파를 왜 썰지?
그거 진짜 멍청한 짓 같다.
나 : ...?
여친 : 멍청하고 한심해. 인생을 왜 그렇게 살지?
나 : 왜 화를 내고 그래..?
여친 : 멍청하니까. 난 멍청한 사람 싫거든. 투룸으로 이사 가서 넌 방에 들어가 있고 내가 양파 써는 게 더 낫잖아. 그렇게 하자.
나 : 그건 임시방편일 뿐이잖아.
여친 : 그럼 물안경 써. 어차피 몇시간 안에 사라지니까.
나 :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
여친 : 이런 효율적인 방법이 있는데 왜 그렇게 멍청한 방법으로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네. 그런 걸 나한테 얘기하는 너도 좀 그래 보이고.
나 : 내가 뭘?
여친 : 나한테 그걸 하라는 거잖아. 난 별로 하기 싫은데.
나 : 아까 네가 한번 해본다며.
여친 : 그건 니가 계속 이것 저것 얘기 꺼내니까 그런 거고.
나 : 아니 아깐 해본대놓고 그게 억지로 한 거라고 하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지?
여친 : 내가 기분 나쁜데 그걸 설명까지 해야 되잖아. 그건 짜증나는 일이야.
나 : 니가 화가 나면 왜 화가 났는지 말을 하고, 그게 내 잘못이면 인정하고 다음부턴 고친다고 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지. 너처럼 상대방도 똑같이 한번 열받아보라는 식으로 비아냥대는 건 인성이 썩은 건데.
여친 : 맞아 나 싸가지 없고 인성 별로야. 이제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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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을 소위 '꼽'주기 위함이 아니라면,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
반드시 상대방이 불쾌하지 않도록
말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물론 말투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메시지지만,
사람들은 맞는 말을 듣더라도 말투가 띠꺼우면
대부분 말에 담긴 메시지보다
띠꺼운 말투에 먼저 기분 나빠하느라
메시지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의 발화의 목적이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거나
'꼽'을 주려는 목적이 아니라,
내 주장을 상대방에게 이해시키고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이게끔 하려는 것이라면
반드시 말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맞는 말 해주는 건데
듣기 좋게 말해주기까지 해야 하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말투를 신경 쓰지 않고 말한다면
당신의 발화는 상대방에 대한 설득이라는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인간 또한 여느 동물과 같이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화에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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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가 알바하는 곳에 전남친이 우연히 식사를 하러 왔다고 한다.

하나도 변하지 않은 다정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퇴근을 하고 나에게 전화를 했는데, 나는 시니컬한 태도였다고 한다.

나에게 '다정하게 해주면 안돼?' 라는 게, 

나에게서 그 남자의 모습을 찾으려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우리 연애 계속 할 수 있을까"라든지

"내가 처음 본 네 모습은 이게 아니었다"라는 말은

나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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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그러니까 2018년 9월 11일. 동그라미와 나는 연인이 되었다. 어플에서 만난 사이이고

장거리 연애이기 때문에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주변인들의 말과는 달리, 서로의 끊임 없는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다. 나도 지금의 인연이 진짜 내 사람인 것 같고, 다른 사람은 필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주 들기도 한다. 물론 동그라미는 그런 게 다 착각이라고 하겠지만..ㅎ

연애를 하고 있지만 혼자 지내는 시간은 예전과 비슷하다. 동그라미에게 쏟는 시간이

많아졌을 뿐이지, 우린 그렇게 자주 만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우린

서로에게 신경을 많이 쓰고, 연락을 잘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동그라미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처음엔 나도 걱정을 많이 했었다. 부산이란 도시는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곳이고, 생각보다

너무 멀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산을 자주 왕래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우리의 일년은 가을부터 시작한다. 가을, 겨울, 봄, 여름, 그리고 다시 가을.

다시 가을이 찾아오니 일 년 전 생각이 자주 떠오른다. 이 맘 때 쯤이 서로에게

처음 관심이 생겼을 때고, 첫만남을 했던 때이기도 하니 더욱 애틋한 마음이 든다.

일 년 전 갔었던 곳들을 다시 방문해서 추억을 회상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으므로 다음에 꼭 같이 하기로 다짐해본다.

서로 어려운 사정에서도 위로하고 응원하면서 열심히 연애 했다고 생각한다.

동그라미가 왜 좋냐고 한다면, 그 이유를 명확히 꼽을 수는 없다고 느꼈다.

그 여자의 여러가지 모습들이 부분적으로 합쳐진 복합적인 모습을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가끔 가시 돋힌 사람처럼 굴 때가 있는데, 그럴 땐 그저 한없이 안아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나도 우울감과 불안감을 자주 겪는 사람 중 하나인데, 동그라미는 유독 자기혐오가

심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그저 꼬옥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히 든다.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가장 아쉬운 것이 이럴 때이다. 상대방이 아플 때, 외로울 때

가까이 있어주지 못한다는 거. 그게 참 아쉽다.

장거리 연애의 가장 중요한 점은 언젠가는 장거리 연애를 끝내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는 것과

그 시점이 되도록이면 명확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이런 아쉬운 시간들을 언젠가는 추억으로 만들어 청산하겠다는 서로의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동그라미는 무척이나 적극적이고 무서울 정도로 구체적이다.

각자 졸업 후 취업 계획부터 살 집, 인테리어, 고양이에 관한 것, 월급을 어떻게 모을 것인지, 서로의

부모님에겐 어떻게 소개를 할 것인지 등 당장이라도 결혼을 할 사람처럼 플랜을 세우고 있었다.

하고 싶은 결혼식장에 전화해서 견적을 물어보기도 했다고 하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나는 생각보다 매우 단순하다. 계획적인 척하지만 일이 닥쳐야 계획을 세우려 한다.

서로의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사실 없다. 이 점에 있어서 동그라미에게

많이 부끄러웠다. 말로는 사랑을 표현하면서 정작 실천하려는 노력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성격이 정반대인 사람을 만나면서 두 사람 모두 성격이 조금씩 변했다.

나는 감성적인 면과 두루뭉술하게 생각하는 것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했고,

동그라미는 말투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결과가 어찌 됐든

서로에게 맞춰 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둘 다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사이에서 연인이 되고 일 년 간 연애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앞으로의 시간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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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가 무사히 할머니가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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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부산에 갈 시간이 생겼다. 나는 기차 표를 예매하고, 부산으로 향했다. 부산역에 도착하자 민수가 오프숄더를 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SRT 내리는 곳을 헷갈린 동그라미는 내가 내리자마자 있지는 않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동그라미는 그 자체로 사랑스럽고, 내게 행복을 주는 존재이다.

부산역에서 나와 차이나타운을 한 바퀴 돌았다. 신발원이라는 만둣집이 있었는데, 동그라미가 좋아하는 곳이다. 만두가 맛있다고 하여 먹어 보고 싶었으나, 그날은 문을 일찍 닫은 모양이었다.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서면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고 서면에 도착해 우리는 연어를 먹었다. 동그라미가 아버지와 자주 온다는 연어 맛집에서 세트 메뉴와 웰치스 포도맛을 함께 먹었다. 학술답사 이후에 처음으로 먹는 연어는 언제나 맛있었지만, 동그라미와 함께 있어 즐거웠다. 내가 부산에 가는 이유는 동그라미였다.

연어를 먹고 나와 우리는 삼보게임랜드에 가서 게임을 했다. 영화관 앞에 있는 게임장과 같은 게임장이었는데, 거기서 잠시 함께 놀았다. 기억에 남는 건 모르는 상대와 철권을 해 거의 이길뻔 하고 일어나는 동그라미의 표정과, 게임장 입구에서 오프숄더를 입고 펀치를 치던 동그라미의 모습이었다.

처음으로 방문한 동그라미의 집에서 만난 고양이는 반가웠다. (임시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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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아니지만 동그라미가 기차 표를 예매한 것으로 나를 놀래킬 때 나는 너무나 감동을 받고 벅차다. 멀리 있어서 항상 보고 싶지만, 보고 싶다고 할 때마다 나를 위해 달려 와주는 동그라미가 있어서 나는 행복하다. 저녁 610분 쯤 도착한다고 하는 동그라미를 위해 수업이 끝나고 쏘카를 빌려 대전역으로 향했다. 퇴근 시간이라 길이 막혔고, 기차 도착 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나는 주차장에 도착했다. 헐레벌떡 대전역에 있는 성심당으로 갔으나 동그라미가 먹고 싶다던 바닐라라떼가 없었다. 얼른 뛰어 내려가 근처 빽다방으로 향했다. 바닐라라떼를 시켰고, 3분 정도만에 나왔다. 그걸 들고 다시 지하 상가로 가는 계단으로 뛰었다. 다행이 늦지 않게 도착했고, 동그라미를 맞이할 수 있었다. 동그라미를 데리고 오는 길에, 업데이트되지 않은 네비게이션 탓에 도로를 잘못 들었다. 사고는 나지 않았고,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차량을 반납하고 우리는 일미 닭갈비에 갔다. 먹고 싶다던 음식에 포함되어 있는 메뉴였다. 닭갈비를 배부르게 먹고 매번 가는 코스로 학교를 한 바퀴 돌아 내가 사는 자취방으로 향했다. 그날 밤은 길었다.

늦은 아침 일어난 우리는 외출 준비를 하고 나와 순대국밥을 먹기로 했다. 원조 할머니 순대국밥에 갔으나 점심시간대에 사람이 많아 참맛 국밥집으로 향했다. 원래 가려던 곳보다는 맛이 덜했지만, 동그라미는 맛있게 먹어주었다. 함께 식사를 한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내가 봉사활동을 가는 길을 동그라미는 함께 해주었다. 내 일상에 그녀가 함께 해준다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동그라미는 나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나도 동그라미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있음으로써 동그라미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행복이 어떤 감정인지는 나도 아직 정의할 수 없다. 하지만 일순간 행복하다고 느낄 때가 있으니, 그런 감정을 동그라미에게도 주고 싶다.

내가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동그라미는 한남대 북문 스타벅스에 가서 88년생 김지영을 봤다. 동그라미는 책 읽는 것이 취미이다. 동그라미의 독서량은 어마어마하다. 책을 읽는 속도도 빠르다. 그 책을 한 시간 반 만에 다 읽었다고 한다. 아무리 쉽게 읽히는 책이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빠르게 읽기는 쉽지 않은데.

봉사를 마치고 나오자 동그라미는 근처에서 길고양이들에게 츄르를 주고 있었다. 동그라미를 겁내지 않던 고양이들은 옆에 내가 오자 겁을 냈다. 내 섬세하지 못한 행동들이 고양이를 도망가게 만들었다. 한 녀석이 도망가지 않고 다가와 츄르를 먹었다. 너무 귀여웠다.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타슈 자전거를 봤다. 동그라미는 그걸 타고 함께 엑스포다리 근처에 놀러 가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러자고 했고, 동그라미의 알바 시간대가 C조로 편성되었다. 금요일 밤까지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우여곡절 끝에 타슈를 빌린 우리는 기쁜 표정으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자전거의 성능은 썩 좋지 않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가는 길에 맥도날드에 들러 아아 한 잔과 아이스크림을 샀다. 자전거를 인식하지 않는 맥드라이브에서 나와 동그라미가 매장에서 주문을 해왔다. 맛있었다. 그리고 그걸 먹는 동그라미는 귀여웠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는 기분은 정말 좋았다. 그런 상쾌함을 느껴본 지가 정말 오래 되었고, 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니 행복했다. 동그라미와 함께면 뭐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달리는 내내 했다. 한밭수목원에 도착하니 과학을 주제로 한 축제 기간이라고 하여 푸드트럭이 즐비하게 있었다. 그 중 아직 폐점을 하지 않은 곳에 가서 떡볶이를 먹으려 했으나 음식이 모두 다 팔리고 없었다. 인심 좋은 사장님께서 어묵 국물을 주셨다. 따뜻하고 맛있었다. 동그라미 주변에는 좋은 사람이 늘 뒤따른다. 동그라미는 좋은 기운을 내는 사람이다. 마침 걷기대회 비슷한 걸 하는 무리들이 지나갔는데, 그 단체에서 나눠주는 풍선을 동그라미는 너무나도 갖고 싶어 했다. 들뜬 마음으로 사진을 찍고, 우리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돌아와 이터널 선샤인을 함께 보기로 했다. 그러나 내가 너무 피곤했던 나머지 잠이 들 것 같아 10분만 자고 다시 일어나서 영화를 보겠노라고 하고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니 동그라미는 이미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를 위해 영화를 포기하고 그냥 잠을 자기로 한 것이다. 잠이 쏟아지는 와중에 너무나도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토요일 아침, 동그라미는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 바로 출근했다. (임시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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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열 시간 통화를 처음으로 넘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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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그라미가 시간을 길게 내어 대전에 왔다. 수, 목, 금, 토 3박 4일을 계획하고 올라왔다. 금요일 저녁에는 같이 기차를 타고 부산에 내려가 퀴어축제와 음악 페스티벌을 즐기기로 했다. 갑자기 몰아친 태풍 때문에 동그라미 아버지의 출장이 취소되어 동그라미가 목요일 저녁에 가기 전까진...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아쉬워 한다면 동그라미의 마음도 편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크게 티낼 수가 없었다. 너무 보내기 싫어서 눈물이 났지만 울 순 없었다. 

  수요일에는 저녁 때를 맞춰 보문산 전망대를 다녀왔다. 한밭 종합경기장에 마침 야구가 끝날 시간이라 가는 길에 야구 응원복을 입은 사람들을 보았다. 노을을 보고 밤을 함께 맞이하며 가을 바람을 맞았다. 보문산 전망대는 언제 가도 그 자리에서 우리에게 멋진 경치를 선사하고 있었다. 500원을 내고 망원경으로 야구 선수들이 연습하는 모습도 봤다. 어딜 데려가든 좋아해주는 동그라미를 보며 이 여자의 사랑을 받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요일에는 11시 수업이 있었는데, 수업을 듣는 동안 동그라미는 사범대 등나무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동그라미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옆에 앉으라 손짓했다. 옆에 앉아 동그라미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민수는 얼마 남지 않은 책을 모두 읽은 후 조금밖에 남지 않아 다 읽고 싶었다고 했다. 필통을 놓고 와서 민수의 만년필을 빌렸던 것을 돌려주고 나서, 동그라미는 부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애써 담담한 척 괜찮노라, 고 했다.

  저녁 늦게 대전역에 동그라미를 보내고 나니 기분이 너무 우울했다. 헤어질 때마다 이런 기분을 느낄까? 익숙해지면 무뎌질 때가 올까? 아님 오래 가지 못할 사이인가? 그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동그라미와는 정말 오래도록 사랑하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집에 오는 동안 동그라미와 내내 통화를 했다. 동그라미는 KTX를 타고 갔는데, 도착할 때까지 통화를 했던 걸로 기억한다. 

  전화를 끊기가 그렇게 싫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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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그라미가 부산역에서 걸어서 해운대까지 다녀오는 동안 함께 통화를 했다. 나는 오랜만에 친구와 학교 운동장을 달렸다. 오는 길에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가 길어질 것 같아 씻고 온다고 말하고 샤워를 했다. 동그라미와의 통화는 언제나 즐겁다. 단지 동그라미의 기분이 조금 가라앉아 있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진지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면 곤란한 상황이 생길 때가 많아 조심하게 된다. 아까 전 이야기를 하다 카드 결제와 현금 결제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적은 금액은 현금으로 결제하는 걸 선호한다고 말했던 것에 대해 동의하지 못했다고 했다. 현금 결제는 탈세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런 건데, 그 이야기를 하다 국가장학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내가 자영업을 하고, 카드 사용이 늘어감에 따라 소득 분위가 올라가서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했다고 하자, 동그라미는 내게 비겁하다고 했다. 국가장학금을 받기 위해 소득분위를 낮춰 왔다고 생각을 했던 걸까? 잘 모르겠다.

  이야기는 거기서 멈췄지만, 찝찝한 기분을 감출 수 없어 글을 적어 본다. 세금을 성실히 내야 하는 것은 당연히 맞는 말이지만, 비정상적으로 높게 선정된 소득분위에 대해 불만을 갖는 것도 합리적인 생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동그라미의 생각이 어떤 건진 잘 모르겠지만, 내게 비겁하다고 했던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 이야기를 앞으로 꺼내지 않을 것이라 하니 물어볼 일은 없겠지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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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919일 수요일. 동그라미는 나를 보러 대전에 왔다. 내가 11시부터 12시까지 수업을 듣는 동안 동그라미는 우리 집에 와 샤워를 하고 있었다. 동그라미는 원래 나 몰래 우리 집에 와서 깜짝 놀래켜 주려고 했었는데,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라 전날 내게 말을 해줬다. 나는 너무나도 감동을 받고 고마운 느낌을 받았다. 사람이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어쩜 이렇게 고맙고 매력적인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고, 나를 보겠다고 부산에서 대전까지 달려와줄까. 부산에 동그라미가 사는 곳에서 대전 가는 버스를 타려면 한 시간을 가야 한다고 했다. 그 한 시간과 대전으로 오는 버스를 약 세 시간을 타야 나를 만날 수 있다. 그럼에도 동그라미는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이 내 자취방에서 나를 맞이해 주었다. 동그라미는 내게 당연하지 않은 사람이고, 한없이 고마운 사람이다.

원래는 9월 초에 처음 만나고, 9월 말이나 10월 초에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동그라미는 초반에 관계를 돈독히 하고, 더 빨리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시간을 더 많이 낸다고 하며 나를 보러 와주었다. 나는 돌아오는 길에 파리바게트에 들러 생일때 케이크도 먹지 못했다는 동그라미의 생일케이크를 일주일이 지나 사 들고 갔다. 동그라미에게 촛불을 켜주고, 노래를 불러주었다. 케이크를 먹으려고 하는데, 동그라미는 포크 대신 숟가락을 필요로 했다. 동그라미는 먹을 때 매우 복스러운 사람이었다. 케이크를 숟가락에 크게 퍼서 한 입에 다 넣고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동그라미가 먹고 싶다는 것은 뭐든 다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동그라미와 함께 있으면 하루가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 첫 날은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냈다. 저녁에 노트북을 꺼내 함께 침대에서 영화 Her를 보았다. 한 번 봤던 영화였지만, 본 지 오래되고 내용이 잘 기억 나지 않아 새로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그라미와 함께 본다는 것이 설레었다. 영화관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좋은 사람과 좋은 영화를 보며 좋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 행복이 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둘째 날은 한밭수목원과 대전 엑스포다리에 갔다. 동그라미는 내 예상보다도 훨씬 좋아해주었다. 근처에 있던 국악원도 좋아했고, 다리 아래 강가에도 가고 싶어 했다. 다리 위를 한 바퀴 돌고 난 후 우리는 강가로 내려갔다. 거기서 동그라미의 아버지께 보낼 사진을 찍고, 얼음을 입에서 입으로 넘겨받았다. 그런 순간들이 황홀하고 행복하게 기억된다. 동그라미가 좋아해주는 내 모습들, 내가 데려간 곳을 좋아해주는 동그라미의 모습.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내 여자라는 사실, 새삼 감정이 벅찼다.

셋째 날은 사실 많은 시간을 함께하진 못했다. 내가 봉사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간장계란밥을 해줬는데, 김치 반찬밖에 없었는데도 너무 맛있게 잘 먹는 모습이 참 복스러웠다. 밥을 좀 많이 펐는데도 한 그릇을 싹 비우는 게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봉사활동을 다녀오는 길이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다녀와서 간단히 샤워를 한 후 저녁을 먹으러 갈지 이야기를 하다, 그냥 함께 침대에서 누워있기로 했다. 같이 그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동그라미를 버스 터미널에 데려다 주었다. 일곱 시 즈음 동그라미의 다음날 알바 스케줄이 나오는데, A조였기에 저녁에 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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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는 리슨이라는 어플을 통해 알게 되었다.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만 버스킹을 할 배짱은 없었던 나는 인터넷 어플에 내 노래를 올려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곤 했었는데, 동그라미가 내가 올린 메시지에 답장을 해줬었다. 나는 동그라미의 목소리가 정말 마음에 들었었다. 그녀의 다정한 말투가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나는 동그라미와 계속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오는 사이 동그라미는 방을 나가버렸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좋아할 만한 노래를 골라 다시 메시지를 띄웠고, 답장이 왔다. 그렇게 우리는 우연을 운명으로 만들었다.

난 어플로 만난 인연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가볍게 만난 사이였고, 가볍게 헤어지기도 하는 걸 주변에서도 많이 봐왔기 때문이었다. 아직까지는 '어플로 만났다'고 하면 그리 좋은 시선을 보내지 않기도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보수적인 나 또한 그런 경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동그라미를 만나고 난 후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어떻게 말하면 동그라미가 좋아할지 고민했다. 동그라미의 마음에 들기 위해 행동했고, 머릿속은 온통 동그라미 생각 뿐이었다. 금사빠라고,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내가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긴 하지만, 아무에게나 그런 감정을 느끼진 않는다.

동그라미는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 중 가장 멋있고, 개방적인 사람이다. 내가 무엇을 이야기하든 "난 다 좋아."라고 말해주고, 재미 없는 이야기도 재미 있게 들어준다. 동그라미와 함께 있으면 일 분 일 초가 즐겁다. 군대에 있을 땐 시간이 느리게 가지만, 동그라미와 있을 땐 시간이 왜 그리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동그라미도 이런 나를 좋아해준다. 동그라미가 편안했으면 좋겠어서 다정하게 말하고, 동그라미가 좋아했으면 좋겠어서 내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 보이곤 한다. 동그라미는 내 솔직한 모습이 좋다고 했다.

동그라미를 처음 만난 건 912일 수요일이다. 동그라미가 수업 공결을 내고 23일을 있다가 가기로 했다. 동그라미는 주말에 김해공항 면세점에서 일한다. 수요일 저녁 810분 정도에 도착하기로 했던 동그라미는 10분 정도 일찍 대전에 도착했다. 미리 가서 기다리려고 했던 나는 동그라미와 10분 더 일찍 만날 수 있었다. 일찍 도착해서 내게 전화를 걸어 온 동그라미의 첫 인상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활짝 웃는 모습이 그렇게 예쁜 사람은 처음 본 듯했다. '첫 눈에 반했다'는 뻔한 말이 와닿는 순간이었다.

동그라미에게 주려고 동그라미가 좋아한다는 수국을 샀으나 동그라미를 보니 너무 예쁘고 단아해서 잊어버렸다. 내 의지로 꽃을 사보는 건 거의 처음이었다. 수중에 돈이 많진 않았지만 그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동그라미와 오는 동안 계속 차가 오는 방향에 동그라미가 있었다. 하지만 그 때 당시 나는 동그라미의 남자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하여, 괜한 짓을 해 밉상이 될까 싶어 고민하다 내 자취방까지 와버렸다.

한 여자가 나를 처음 만난 날, 나를 만나 내 자취방에 바로 온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나는 알고 있다. 나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다는 건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러웠고, 그런 나를 의식한 동그라미는 먼저 내게 다가왔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기 시작했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동그라미가 선물로 가져온 디퓨저 향이 방을 은은하게 장식했고, 분위기는 연분홍빛 벚꽃처럼 물들어 가고 있었다.

둘 째 날, 나는 동그라미를 데리고 대동하늘공원에 갔다. 대엽이와 왔던 곳이었는데, 커플들밖에 없어서 뻘줌하게 있다가 돌아왔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니 행복했다. 동그라미는 추위에 강한 사람이었다. 내가 쌀쌀함을 느껴 가디건을 걸쳐야 하는 정도의 날씨에 동그라미는 반팔 티와 얇은 반바지를 입고도 전혀 추워하지 않았다. 동그라미의 친오빠가 교통사고를 내 동그라미의 적금을 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경험을 안고도 나를 믿고 내가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앉아줬다는 것에 감사했다. 어쨌든 난 실제로 본 지 이틀 된 남자였으니까.

집에 돌아와 동그라미는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일들을 겪었었는지 구구절절 이야기해주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다 동그라미의 목소리에 잠깐 잠이 들었다. 그만 자자는 동그라미의 말에 잠이 깨어 이야기를 끝까지 듣다 보니 내 어렸을 적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내 이야기를 하고, 우리는 서로를 위로했다. 그렇게 우리는 잠이 들었다.

셋 째 날 저녁 동그라미는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향했다. 동그라미를 안아주려 했으나 동그라미는 새침하게 인사를 하고는 버스에 올라탔다. 내가 안아주면 울 것 같아서 그랬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의 첫 만남은 끝을 보고야 말았다. 너무나도 황홀한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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