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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약간 있음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건 <컨저링2> 이후로 처음이었다. 의경에서 군복무 중인 친구 덕에 6천원에 관람할 수 있었지만, 현장 발권이라 자리가 없어 맨 앞 줄 A열에서 볼 수밖에 없었다. A열은 처음이라 '앞에 사람도 없고, 반 누운 자세로 보면 되지 않을까'생각했었는데, 오산이었다. 고개가 너무 아팠다. 혹시라도 영화를 보려는데 맨 앞자리밖에 선택권이 없다면, 다음 타임이나 다른 영화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의 전개는 긴장과 이완을 균일하게 반복하면서 관객의 집중을 유도한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음료를 마시면 중간에 화장실을 꼭 가게 되는 탓에 웬만하면 음료를 마시지 않지만, 이번엔 친구들과 함께 구입한 콜라가 있어서 조금씩 마시다보니 화장실이 급해졌다. 알면서도 왜 그러는걸까. 여튼 영화 분위기가 이완되는 부분에서 나는 다소 지루하다고 느껴져 화장실에 다녀왔다. 재미 없는 부분일 때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하다. 영화의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다. 북한에서 테러가 일어나 특작원(정우성)이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김정은)를 차에 싣고 개성공단 공순이 두 명과 함께 남한으로 내려오는 내용이다. 여느 영화처럼 초반에 인물관계가 쏟아져나와 복잡하고 정신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영화가 전개됨에 따라 군더더기 관계들은 자연스럽게 정리되고 큰 역할들이 주를 이루었다. 


  영화를 보다가 반가운 장면이 있었다. 망향비빔국수 식당에서 주인공 두 명이 국수를 먹는 장면이 있었는데, 내가 군대 시절 갔었던 곳이라 무척 반가웠다. 내가 가봤던 곳은 연천에 있는 본점이었다. 매운 음식을 잘 못먹는 나에겐 그 국수가 너무 매웠다. 그래서 만두를 같이 시켜 먹고, 나오면서 천 원짜리 식혜를 한 잔 마시면 그보다 행복할 수가 없었다. 국수 한 그릇에 오 천원이면 싼 가격은 아니지만, 음식 전통과 맛, 그리고 손님의 만족도를 생각하면 하나도 아깝지 않은 가격이었다. 영화를 보고나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고맙게도 망향비빔국수가 체인점이라는 걸 알게됐다. 가깝진 않지만, 또 같은 맛은 아니겠지만 조금 나가면 그 국수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조만간 가봐야겠다.


  영화의 연출은 중반까지는 정말 좋았다. 결말도 그정도면 깔끔한 편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인물이 남과 북을 넘나드는 과정을 너무나도 쉽게 표현했고, 절정의 상황에서 인물들의 중요한 행동이나 대사가 다소 힘없이 풀려버린 느낌을 받았다. 139분의 런닝타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되는 시간을 이 장면을 위해 견고하게 쌓아올렸지만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결말의 깔끔함이 없었다면 영화의 평점은 매우 낮았을 것이다. 또한 <의형제>나 <공조>와 같은 영화에서도 그렇듯 북한 공작원을 잘생긴 더벅머리에 종종 엉뚱한 행동을 보이는, 그리고 남한의 문물을 모르지만 아는 척하는 캐릭터로 그려내는 게 재미는 있지만 신선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관객들이 잘 눈치채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들을 모두 덮어버리는 배우의 외모와 연기력 때문일 것이다. 평점은 10점 만점에 6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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