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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한 달 동안 나는 모교로 교생 실습을 다녀왔다.

정확히는 교육실습생, 거칠게 말해 선생님 체험. ㅋㅋ

중학교 2학년 때 국어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 이후 바뀐 적이 없었던 나의 장래희망은,

군 전역 후 망해버린 학과 아웃풋에 수능을 봐서 교대를 보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하였다.

하지만 굳어버린 머리를 가지고 휴학생 신분으로 방구석에서 수능 공부를 한들,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그와중에 한 달 간 연애를 하고, 공연을 보러 다니고, 별 짓들을 다했던 기억이 난다.

수능 결과는 뻔했다. 교대는 커녕 이름 들어 본 국립대학도 들어가지 못할 수준이었다. 

(정시 원서를 아예 안 넣어 봐서 정확히는 모르겠다만..)

그래서 수능이 끝나고 알바를 하면서 결심했던 것이 공무원이었다.

나는 그때까지도 학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학교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된다면

교사인 척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교육행적직 직렬을 목표로 삼았었다.

그래서 2018년 1월부터 교육행정직을 목표로 알바비를 털어 공단기 프리패스를 끊었고

한 학기를 더 휴학했다. 수능 공부에서 공무원 공부로.

처음엔 좋았다. 점점 외로워졌다. 결국 그 해 국가직과 지방직은 응시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아무 것도 되지 못한 채 1년을 허비한 후 학교로 돌아왔다.

2학년 2학기로 다시 학교를 다니려니 너무 힘들었다. 아는 사람은 떠나가고, 나를 실패한 사람 취급하는 

눈빛들도 더러 보였다. 그들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고 하겠지만..

그렇게 작년 2학기를 보내고, 올해 3학년 1학기가 되어 교생 실습을 나왔다.

모교 중학교로 가게 되었는데, 내가 걱정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이렇게 일하고 돈 받으면서 생활하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나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미래에 대해 교감하는 과정이 너무 행복했다.

내가 전체를 보지 못한 것일수도 있지만, 교장, 교감, 부장 급이 아닌 평교사끼리는

이렇다할 상하관계조차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도 수평적인 조직으로 보였던 것이다.

아마 내가 꿈꿔왔던 직장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고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닌 삶을 산다면 내 인생이 정말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민을 하고 있다.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교사의 꿈을 다시 한 번 꿀 것인가.

아니면 현실을 직시하고 공무원 준비를 계속 할 것인가.

모두가 알고 있듯, 정답은 없고 어느 쪽이 더 나은 것인지는 모른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도 아무도 모른다.

쉬운 길은 없다는 것.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요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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