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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안녕하세요. 교대에 가겠다고 호기롭게 학교를 박차고 나왔지만, 보기 좋게 실패했습니다. 복학신청 일정을 알아보다가 포탈에 교수님께서 쓰신 상담 내용을 보았는데, 교수님은 제 결과를 예상하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그때보다 나태할 때도 있었지만, 그때보다는 성적이 높게 나왔습니다. 교대 입시에는 모자란 점수지만 실패했음에도 뿌듯한 감정이 남는 이유는 아직 저도 완전히 이해가진 않습니다.

수능 시험을 치르고 나오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스물 세 살에 수능 공부를 하면서 교대 말고는 다른 진로를 생각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좌절했고,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득, 수능을 보겠다고 다짐한 것과 휴학을 결정한 것 또한 '도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패와 관계 없이 저는 제가 무언갈 도전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직업을 희망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교사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지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부모님의 일을 돕고 있습니다. 제 부모님께서는 사진관을 운영하시는데, 사진을 찍고 수정하는 일이 생각만큼 쉽진 않지만, 생각보다 재밌습니다.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잘 알고 도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만은, 저는 계속 이런 식일 것 같습니다. 모르고 부딪히고, 후회하면서도 만족하는 그런 사람이요. 다가오는 많은 '오늘'들은 누구에게나 처음이지 않겠습니까. 저는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제 오늘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습니다.

그래서 아직 어떻게 할지 진로를 정하지는 못했지만, 급하게 생각하고 싶진 않습니다. 부모님 곁에서 일을 하면서 한 학기 더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만약 다시 복학을 하더라도 교사를 꿈꾸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한 학기 휴학을 더 하겠다는 결론을 내린 계기입니다. 두서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의 의견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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