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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그러니까 2018년 9월 11일. 동그라미와 나는 연인이 되었다. 어플에서 만난 사이이고

장거리 연애이기 때문에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주변인들의 말과는 달리, 서로의 끊임 없는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다. 나도 지금의 인연이 진짜 내 사람인 것 같고, 다른 사람은 필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주 들기도 한다. 물론 동그라미는 그런 게 다 착각이라고 하겠지만..ㅎ

연애를 하고 있지만 혼자 지내는 시간은 예전과 비슷하다. 동그라미에게 쏟는 시간이

많아졌을 뿐이지, 우린 그렇게 자주 만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우린

서로에게 신경을 많이 쓰고, 연락을 잘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동그라미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처음엔 나도 걱정을 많이 했었다. 부산이란 도시는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곳이고, 생각보다

너무 멀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산을 자주 왕래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우리의 일년은 가을부터 시작한다. 가을, 겨울, 봄, 여름, 그리고 다시 가을.

다시 가을이 찾아오니 일 년 전 생각이 자주 떠오른다. 이 맘 때 쯤이 서로에게

처음 관심이 생겼을 때고, 첫만남을 했던 때이기도 하니 더욱 애틋한 마음이 든다.

일 년 전 갔었던 곳들을 다시 방문해서 추억을 회상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으므로 다음에 꼭 같이 하기로 다짐해본다.

서로 어려운 사정에서도 위로하고 응원하면서 열심히 연애 했다고 생각한다.

동그라미가 왜 좋냐고 한다면, 그 이유를 명확히 꼽을 수는 없다고 느꼈다.

그 여자의 여러가지 모습들이 부분적으로 합쳐진 복합적인 모습을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가끔 가시 돋힌 사람처럼 굴 때가 있는데, 그럴 땐 그저 한없이 안아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나도 우울감과 불안감을 자주 겪는 사람 중 하나인데, 동그라미는 유독 자기혐오가

심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그저 꼬옥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히 든다.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가장 아쉬운 것이 이럴 때이다. 상대방이 아플 때, 외로울 때

가까이 있어주지 못한다는 거. 그게 참 아쉽다.

장거리 연애의 가장 중요한 점은 언젠가는 장거리 연애를 끝내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는 것과

그 시점이 되도록이면 명확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이런 아쉬운 시간들을 언젠가는 추억으로 만들어 청산하겠다는 서로의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동그라미는 무척이나 적극적이고 무서울 정도로 구체적이다.

각자 졸업 후 취업 계획부터 살 집, 인테리어, 고양이에 관한 것, 월급을 어떻게 모을 것인지, 서로의

부모님에겐 어떻게 소개를 할 것인지 등 당장이라도 결혼을 할 사람처럼 플랜을 세우고 있었다.

하고 싶은 결혼식장에 전화해서 견적을 물어보기도 했다고 하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나는 생각보다 매우 단순하다. 계획적인 척하지만 일이 닥쳐야 계획을 세우려 한다.

서로의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사실 없다. 이 점에 있어서 동그라미에게

많이 부끄러웠다. 말로는 사랑을 표현하면서 정작 실천하려는 노력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성격이 정반대인 사람을 만나면서 두 사람 모두 성격이 조금씩 변했다.

나는 감성적인 면과 두루뭉술하게 생각하는 것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했고,

동그라미는 말투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결과가 어찌 됐든

서로에게 맞춰 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둘 다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사이에서 연인이 되고 일 년 간 연애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앞으로의 시간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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