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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이룬 적이 없어.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제대로 노력을 안 해.
노오력을.

3년 전에 말했던 걸
아직도 안 하고 있잖아.
그것도 내가 배우는 입장인데.

넌 주인이 될 자격이 없어.

3년 전이었다면
콩깍지가 씌여서
이렇게 저렇게 해보자 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야.

최근 들어 너에게 오만 정이 다 떨어지고 있어.

그래도
'아, 내가 이렇게 한심하다니'
하면서 자책하지는 마.

그냥
난 원래 이런 놈이구나.
생각해.

그게 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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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내게 대화가 안 통하는 사람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고 했다. 맞다. 우리는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대화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다. 이걸 맞춰가는 과정에서 너는 나의 방식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고, 나는 그걸 고치거나 맞춰 주려 노력하지 않았다. 고친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대로 돌아왔다. 내 안에 있는 방어기제, 예민함, 점점 널 당연시 여기는 나의 오만함 등 항상 등신같이 지나고 나면 후회한다. 너는 서로의 잘잘못이 있다고 했으나, 나는 내 잘못이 더 크다고 느낀다. 이 문제에 대해서 네가 몇 번이나 말했었고, 그 때마다 나는 사과하고 후회하고 반성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 한계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정말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놓아줄줄도 알아야 한다는 영화 대사가 있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또다시 내 욕심과 참회를 위해 너를 붙잡아야 할까. 아니면 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너를 이제는 놓아줘야 할까. 나를 만나면서 오히려 외로워지고 사랑에 대한 결핍이 커졌다는 말을 하며 내 앞에서 우는 너를 보며 나는 너를 붙잡는 게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오래전부터 이야기했던 것들을 고치지 않고 지키지 않는 나를 보면서 넌 점점 나에 대한 신뢰를 잃어갔겠지. 나에게 헤어지자고 말한 이유는 여러가지라고 했다. 사랑하지만 헤어지고 싶다고도 했다. 전부 납득이 가는 이유였지만, 그럼에도 난 정말 너를 놓치고 싶지가 않다. 나에게 주어진 약 20일의 시간 동안 난 뭘 더 할 수 있을까. 널 붙잡기 위한 시간을 보내야 할지, 널 힘들지 않게 보내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아 혼란스럽다. 그리고 이러다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모두 허비할까 더 두렵다. 적어도 시간이 지나고 후회는 하지 말아야 할텐데.

  여행가자, 는 말에 "할 수 있으면 하자"라고 대답하는 널 보며 난 더 불안해진다. 정말로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이성적으로는 들면서도, 현실을 부정한다. 그래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야. 내가 어떻게든 설득할 수 있을 거야. <있을 때 잘해>라는 노래에는 "가까이 있을 때 붙잡지 그랬어"라는 가사도 있다. 네가 아직 내 옆에 있을 때 네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릴 수 있다면 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네가 더 이상 우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큰 상실감으로 다가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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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모두 담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동그라미는 작년 9월 중순에 대학을 졸업하고 인천에 상륙했고, 나는 그 해 11월 대전의 자취방을 정리하고 동그라미와 동거를 시작했다. 동거를 시작한 것은 누군가가 이야기를 꺼내고, 수락한 게 아니었다.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계속해서 우리는 '언젠가는 장거리 연애를 청산해야 한다'고 다짐했고, 그 종착지가 동거였을 뿐이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따로 사는 것이 아닌 동거를 하는 것이 우리에겐 더 자연스러운 선택지였다.

  우리는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만나는 시간의 대부분을 서로의 일상 생활과 정말 밀접한 상황에서 지냈다. 나는 부산에 연고가 없었고, 동그라미는 대전에 연고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만남을 가질 때 서로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고, 자연스레 동거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생활 습관부터 서로의 행동에 대해 실망하거나 다투는 경우가 꽤 있었다. 한번은 정말 크게 싸운 적이 있었는데, 이유는 다름 아니라 내가 설거지를 해놓은 것을 동그라미가 못마땅해한 것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당시 우리는 버미큘라라는 회사에서 나온 밥솥으로 밥을 지어 먹었는데, 그 밥솥은 설거지를 하고 나서 물기를 잘 닦지 않으면 가장자리에 녹이 쉽게 슬어 주의해야 하는데, 내가 그 부분을 제대로 하지 않아 정말로 녹이 슬어버렸다.

  여기까지는 그냥 단순한 헤프닝이었는데, 그 밥솥을 관리하는 게 너무 까다롭다고 느낀 내가 그 밥솥을 설거지하기가 싫다고 말했고, 동그라미는 그런 나를 보며 자신이 못하는 부분에 대해 너무 쉽게 포기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작은 말싸움이 시작되었고, 동그라미가 나에게 "집안일을 하는 걸 보면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는지 짐작이 된다."라고 말했다. 화가 폭발한 나는 그 자리에서 "X나 싸X지 없다 X발."이라고 하고 집을 나와 버렸다. 그 날은 내 생일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냉전이 이어지다가, 다시 대화를 한 후 우리는 화해했다. 우리가 그 집에서 가장 크게 싸웠던 날이었다.

  그 집은 6개월 단기 원룸이었는데, 사람 두 명과 고양이 두 마리가 살기에는 너무 좁았다. 그래서 우리는 올해 3월 방이 넓게 빠진 1.5룸으로 이사를 왔고, 지금까지 살고 있다.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냐, 하면, 동그라미와 나 사이의 문제다. 언젠가부터 나는 동그라미의 말들이 모두 잔소리로 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느낀 내 감정이 동그라미를 대하는 말투와 태도에 비춰졌고, 동그라미는 내가 자신을 더 이상 다정하게 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인천에는 연고가 없는 동그라미는 나에게 정신적으로 많은 부분을 의지한다고 했는데, 그런 동그라미가 나의 태도를 보며 외로움도 느꼈다고 했다.

"우리 헤어져."

  이번 달 초, 동그라미가 나에게 이별을 선언했다. 점심으로 국수를 먹으며 변하지 않는 내 모습을 본 동그라미가 내린 결정이었다. 나는 그 순간 모든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나란 놈은 후회를 반복하면서도 변하지를 않는다. 당연하게도 나는 동그라미에게 매달렸고, 10월 한달 동안의 유예 기간을 갖기로 했다. 

  저번주에는 동그라미가 고향인 부산에 다녀왔다. 떨어져 있으면서 동그라미는 자신의 친구들을 만나고, 친구의 숙모님 댁에 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대화도 많이 하고 왔다.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그녀는 외로운 감정이 많이 위로된다고 했다. 통화를 하면서 나는 넌지시 그녀의 마음에 대해 물어봤는데, 그녀는 그런 걸 잘 눈치채는 편이라 "그냥 묻지 말고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지내자."라고 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요즘은 그 말대로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내고 있다. 평소처럼 앞으로의 계획과 일상 이야기를 하면서 헤어지자는 말을 한 적이 없던 것처럼 지낸다. 그래서 마음이 풀어진 건가,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아직 동그라미는 헤어지자는 말을 철회하지 않았고, 미래 이야기를 할 때 더 이상 "나와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이나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하지 않는다. 정말로 그녀와 이별을 준비해야 할지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평소처럼 지내는 지금의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다. 그래서 요즘은 지금껏 소홀히 했던 작은 순간들도 시간이 지나고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살고 그녀와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진작 이렇게 하지 않은 내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럽고 한심하지만,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잘 지내보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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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하지말라고 하는 것을 네가 하고 있다.
그것을 지적하는 나에게 넌
"네가 완벽하지 않듯 나도 완벽하지 않다."라고 했다.
그럼 나는, 내가 했던 만큼은 네가 그러더라도 참아야 하는 걸까.

점심을 같이 먹다가 나무 재질의 젓가락을 설거지한 후
어떻게 말려야 할지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우리집 식기 건조대는 수저를 말리는 공간이
바닥에 뚫린 물 빠지는 구멍이 너무 작아
그곳에 나무 식기를 넣어 말리면
아래쪽이 물로 인해 썩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식기구를 말릴 수 있는
바닥 구멍이 잘 뚫린 통을 하나 사고 싶었다.
하지만 너는 그건 불필요한 지출이고
그릇 말리는 곳에 그냥 눕혀서 말리면 된다고 했다.

평소 설거지를 대부분 맡아 하는 내 입장에선
수저를 눕혀 놓으면 아래 물받이에 빠져
고여있는 물에 수저가 젖기도 하고,
애초에 그것을 잘 눕혀 두기가 불편하기 때문에
작은 통 하나를 사면 딱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너는 눕혀서 건조할 수 있다는, 즉
대체할 방법이 있다는 이유로 그것을 사지 말라고 했다.
우린 계속 논쟁을 하다가
나무 수저는 네가 식사 후 바로 설거지를 하고,
만약 그렇게 하지 않을 때에는 내가 원하는 대로
수저통을 하나 사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나는 계속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평소에 아무 쓸모 없는 파우치, 메모지, 노트 등을 사오는
너의 모습과 지금 일상의 효용을 주장하는 너의 모습이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물어봤다.
네가 사오는 잡다한 것들도 쓸모 없는 것들이 아니냐, 라고.
그것들은 아무 쓸모가 없지만 내가 사고 싶은 통은
최대의 효용은 아닐지언정 어느정도는 편하지 않겠냐, 라고.

너는 내 질문에
"내가 사오는 물건과 굿즈들은 사치품이지만,
귀여운 걸 좋아하는 내 마음을 해소할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것들이다. 하지만 네가 사고 싶은
수저통은 건조대 옆에 수저를 놓아 말림으로써
충분히 대체가 가능한 것이다."
라고 했다.

나는 네 말이 비논리적이라고 생각해 반박하려는데,
너는 나에게 "같은 말을 몇 번을 하게 하는 거냐"라고 했다.
아까 전 수저를 네가 식사 후 바로 설거지하는 것으로
논쟁을 끝내놓고 왜 자꾸 딴 소리를 하냐는 말이었다.

나는 계속 생각나는 너의 이중적인 모습과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을 물어모고
궁금해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 않냐고 했고,
거기에 너는 "멍청해서 이해를 못한다."라고 했다.

나는 너의 태도에 대해 지적했다.
너는 일전에 나에게
'짜증이 난다고 짜증을 다 내지 말고,
왜 짜증이 나는지 설명을 해야
서로를 이해하고 기분이 상하지 않을 수 있다.'
라고 수차례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을 너에게 그대로 돌려주었다.
지금 왜 짜증을 내냐고.
내가 억지를 부린 것도 아니고,
물건을 그냥 막 사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소리를 지른 것도 아니고,
네가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을 못 사게 하는 이유가
이전에 했던 네 말과 달라서
의문이 드는 것을 물어보고 있을 뿐인데.

그것을 지적하는 나에게 넌
"네가 완벽하지 않듯 나도 완벽하지 않다."라고 했다.
내가 지적한 부분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넌
끝까지 나에게 짜증을 내며
눈치가 없다, 멍청하다, 꼴도 보기 싫다
라는 말을 퍼붓고는 방 문을 닫아버렸다.

그럼 나는, 내가 했던 만큼은 네가 그러더라도 참아야 하는 걸까.
내가 화나고 부당해도,
내가 아무리 전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받았어도
내가 했던 만큼은 그냥 참아야 하는 걸까.
아니면 나는 멍청하니까
넌 멍청한 나를 이해시키려 노력하느라 힘드니까
내가 참아야 하는 걸까.

나는 또 네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
너는 내가 작아진 모습을 싫어한다.
일면 허세로 보이더라도
당당하고 대담한 모습을 좋아한다.
하지만 네 앞에서 난 종종 작아진다.
네가 날 작아지게 한다.

나도 너를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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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과 나, 원룸에서 동거 중)
여친 : 양파 써는 중
나 : 공부하는 중
나 : 눈물이 너무 난다.
여친 : 나는 하나도 안나던데.

나 : (인터넷에서 양파 썰 때 눈물 안 나는 방법 검색)

나 : 양파를 물에 잠깐 담그거나, 물 안에서 썰거나, 초를 켜거나 하면 눈물이 훨씬 덜 난다더라.
여친 : 그래? 다음번엔 물에 한번 담갔다가 해볼게.
나 : 응
여친 : 근데 물에서 써는 건 진짜 아니다.
나 : 그렇게 하면 매운 게 많이 날아간다더라고.
여친 : 그렇게까지 할 거면 양파를 왜 썰지?
그거 진짜 멍청한 짓 같다.
나 : ...?
여친 : 멍청하고 한심해. 인생을 왜 그렇게 살지?
나 : 왜 화를 내고 그래..?
여친 : 멍청하니까. 난 멍청한 사람 싫거든. 투룸으로 이사 가서 넌 방에 들어가 있고 내가 양파 써는 게 더 낫잖아. 그렇게 하자.
나 : 그건 임시방편일 뿐이잖아.
여친 : 그럼 물안경 써. 어차피 몇시간 안에 사라지니까.
나 :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
여친 : 이런 효율적인 방법이 있는데 왜 그렇게 멍청한 방법으로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네. 그런 걸 나한테 얘기하는 너도 좀 그래 보이고.
나 : 내가 뭘?
여친 : 나한테 그걸 하라는 거잖아. 난 별로 하기 싫은데.
나 : 아까 네가 한번 해본다며.
여친 : 그건 니가 계속 이것 저것 얘기 꺼내니까 그런 거고.
나 : 아니 아깐 해본대놓고 그게 억지로 한 거라고 하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지?
여친 : 내가 기분 나쁜데 그걸 설명까지 해야 되잖아. 그건 짜증나는 일이야.
나 : 니가 화가 나면 왜 화가 났는지 말을 하고, 그게 내 잘못이면 인정하고 다음부턴 고친다고 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지. 너처럼 상대방도 똑같이 한번 열받아보라는 식으로 비아냥대는 건 인성이 썩은 건데.
여친 : 맞아 나 싸가지 없고 인성 별로야. 이제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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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내가 대화를 주도하잖아."
"나만 얘기하니까 현타 온다."
"아무 감정 없이 나를 만지는 것 같아서 싫어."
네가 했던 이 말들은 전부 거짓이다.

나는 귀가 후 청소거리와 저녁 공부가 남아 있음에도
같이 있고 싶다는 네 말에
네 옆으로 가서 누워 얘기를 나눴다.

오늘 저녁 너와 내가 나눈 대화 주제는
절반은 내가 꺼낸 것이었으며
내가 꺼낸 주제가 아닐 때에도
나는 네 얘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나에게 네가 무슨 말을 했었는지 물어본대도
난 네가 했던 말들을 상기할 수 있다.

네 직장에 가는 좀 더 나은 교통편을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넌 몇번이나 말했는데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며
짜증을 냈다.
그래 맞아 내가 환승이 되는 걸 안되는 걸로 착각했지.
근데 답답하다고 나한테 그렇게 막 짜증 내도 돼?

그리고 내가 널 아무 감정 없이 만진다고..
네가 합숙 기간 중 혼자 해결했다는 말도 했었고,
언뜻 침대 옆에 스위트티도 있었기에
자기 전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고 했었다.
나도 계속 원했으니까.
이 사고 과정이 널 생각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있었을까.
넌 도대체 어떤 생각을 했길래
내가 널 아무 감정 없이 만진다고 느꼈을까.
궁금하다.

나는 네가 하는 이런 말들이 본래 의도가 무엇이든
계속해서 나를 무언가 잘못한 사람으로 만들고
나 스스로를 너에게 주는 관심과 애정이 부족한 사람이라 생각하게 해
나로 하여금 너의 눈치를 보게 하고
내 행동을 네 마음대로 휘두르려 하는
가스라이팅으로 느껴진다.
네 감정이 어떤지 너 스스로도 설명 못하고 있으면서
내가 뭘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건지..

관종이라서 사랑 받는 느낌을 원한다고?
아니, 그게 아니라 넌
네가 사랑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
내 사랑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진심으로 내가 너에게 하는 표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넌 네가 받기를 원하는 만큼의 사랑을
나에게 표현했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그래 내 표현이 부족했을 수 있다.
근데 오늘은 정말 아니다.
만약 너의 우울한 감정의 원인이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였으면
오늘처럼 나 때문에 우울하다는 식으로 말했으면 안됐다.

'내가 원하는 걸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아서 싫다.'
이것도 착각이다.
넌 바쁜 날 위해 새로 이사 갈 집을 알아보고
보러 다니는 일을 혼자 한다고 했었고,
나는 네가 매물을 보여주면
괜찮을지 같이 의논해주면 된다고 했었다.

그래서 난 오늘 네가 보여준 매물들을 꼼꼼히 살펴 봤고,
여러 조건들에 대해 상세하게 같이 얘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 의견이 뭐가 없다는 걸까.
내가 집을 알아와서 너에게 보여주면서
이 집은 어떻냐고 물어봤어야
네가 마음에 들어 했을까.
그럼 애초에 네가 집을 알아본다고 하질 말든가.

평소였으면 어떻게든 따뜻하게 다가가
너의 기분을 달래보려 했겠지만
오늘은 너무 억울해서 그러기가 싫다.

그래도 나는 양치를 하라는 핑계로
말을 걸고 분위기도 풀어보려고 했지만
"나 건들지마."
라고 벽을 치는 너를 보며 결론을 내렸다.
그래. 난 또 죄인이구나.

내 기분을 이렇게 더럽게 만들고는
10분도 안 돼 새근새근 잠들어버린 널 보니
그냥 피곤하고 예민해서 그런건가, 싶다가도
괘씸하고 억울해서 잠이 오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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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을 소위 '꼽'주기 위함이 아니라면,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
반드시 상대방이 불쾌하지 않도록
말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물론 말투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메시지지만,
사람들은 맞는 말을 듣더라도 말투가 띠꺼우면
대부분 말에 담긴 메시지보다
띠꺼운 말투에 먼저 기분 나빠하느라
메시지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의 발화의 목적이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거나
'꼽'을 주려는 목적이 아니라,
내 주장을 상대방에게 이해시키고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이게끔 하려는 것이라면
반드시 말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맞는 말 해주는 건데
듣기 좋게 말해주기까지 해야 하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말투를 신경 쓰지 않고 말한다면
당신의 발화는 상대방에 대한 설득이라는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인간 또한 여느 동물과 같이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화에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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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고 미루던 사랑니 발치.
깊게 박혀 있어서 꽤 붓고 아플 거라고 하셨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발치 후 일주일이 지난 어제
실밥도 풀었다.
발치한 치과가 좀 멀리 있어서
가까이에 있는 치과에서 발사를 했는데,
충치가 발견되어 치료를 받았다.
인레이. 25만원..
양치 똑바로 하자.

이비인후과도 다녀왔다.
비염 초기 증상이지만
심한 건 아닌 걸로 보아
가벼운 약으로 치료해보고
안되면 다시 보자 하셨다.
약효는 아주 좋다.
먹고 나면 좀 졸리고 무기력해지는 것 말고는..
그래도 버텨야지 않겠나.

나는 머리도 안 좋고 눈치도 없으니
엉덩이 무거운 걸로 승부를 볼 거다.
빠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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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국교과 출신인데
누가 물어보면
좋아하는 시 하나쯤은 있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아
시집을 들춰보다 찾은
내가 좋아하는 시.

도종환이라는 사람이 가진 정치색은 좋아하지 않지만
이 시를 읽으며 느낄 수 있는 삶에 대한 의지는
나를 다시금 불타오르게 한다.

힘든 일이 있거나 우울할 때
이 시가 생각이 나는데,
지금이 그런 상황인가보다.

블로그에 글도 다시 쓰기 시작하고,
뭔가 자꾸만 말하고 싶고,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건
지금 내가 그다지 좋은 상태는 아니라는 것 같다.

예전엔 글씨도 정말 잘 썼는데.
지금은 완전 개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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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행복주택에 최종 당첨됐다. 

일단, 들어가기 정말 어렵다는 곳에 당첨이 되어

사회 초년생 시기에 적절히 돈을 모을 수 있겠단

희망이 보였다.

하지만 문제가 한 가지 있다.

행복주택을 예비 신혼부부 전형으로 지원했는데,

여기에 들어가려면 입주 전까지 혼인신고를 해야 한다.

물론 나와 여자친구는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고,

몇 번의 위기는 있었지만 헤어지지 않고 잘 만나고 있기에

우리끼리만 결정할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혼인신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나 여자친구나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상태이고,

이렇다할 기반이랄 것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혼인신고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양가 부모님께 드린다면

부정적인 반응이 돌아올 확률이 다분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여자친구는 졸업 직후

상경을 했고, 임시로라도 다닐 만한 일자리를 찾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번년도 공무원 시험에 떨어졌기 때문에

내년 시험을 준비 중인데, 여자친구 부모님께서

이런 처지인 나를 좋아하실 리 없다.

물론 부모님이 허락을 해야 혼인신고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른들이 극구 반대하는 것들을 해서

서로 얼굴을 붉히고 싶지도 않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일단 2주 정도 고민을 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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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전부 다 쓰고

애드센스에 들어가 광고를 달려고 하니

글이 다 날아가버려 다시 쓰는 중이다..ㅠ

 

 

 

3월 중순 쯤 봄이 되면서

날씨가 더워지려 하길래

두레의 털을 밀었다.

처음엔 클리퍼에 캡을 씌우고

9mm 정도로 밀었는데,

너무 애매한 길이이고,

털 안에 있는 먼지들도 잘 정리가 되지 않아

전부 밀었다.

 

깔끔하긴 한데, 두레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다음부터는 부분 미용으로만 할까 생각 중이다.

미용을 한 후 두레는

한동안 하루종일 캣타워에서 잠만 잤다.

그리고 울음 소리도 엄청 커졌었다.

풍성했던 털이 한 순간 사라졌으니

스트레스를 받을 만도 하다.

그렇게 별 일 없이 지내다가

최근 갑자기 다시 눈꼽이 끼기 시작했다.

눈꼽은 평소와는 다른 누런 색깔이었고

눈 주변의 살갗도 점점 넓어졌다.

3일 정도 두고 보다가, 계속 심해지길래

병원에 방문했다.

동물병원 안과에서

안압검사, 눈물량 검사, 형광검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각막에 문제는 없는데,

봄철이라 꽃가루 같은 것에

알러지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게 아니라면 허피스나 칼리시 같은

바이러스성일 것인데, 그건 고양이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질환이라 완치를 바라는 건

어렵고 꾸준히 관리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알러지를 치료해주는

알약 일주일치와 안약 한 통 그리고

인공눈물을 받아와서 일주일 정도 케어를 했다.

그리고 다 나았다.

아마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또 발생할 것 같아

부단히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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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두레 일기를 쓴다.

그 동안 많이 바쁘기도 했고,

생각보다 블로그 수익이 잘 나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나서

예전에 썼던 글을 읽는데

일기를 보는 기분 같고 재밌다.

그래서 그냥 수익 같은 거 고려하지 않고

나의 즐거움을 위해 다시 써보려고 한다.

여튼,

두레일기는 안검내번 수술을 했을 때가 마지막이었다.

두레는 눈알 안쪽으로

털이 말려 들어가는 안검내번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었다.

수술 이후 눈을 찡그리는 행동은

하지 않았는데, 수술을 위해 깎았던

눈 주변의 털이 자라면서 다시 안쪽으로

말려 들어갔다.

병원에 재방문하자

수술을 다시 해야 한다고 하셨다.

이런 경우 수술비를 절반만 책정한다고 하셔서

다시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마취비용, 진료비용, 약값 등은 그대로고

수술 하는 비용만 절반이었다.

총 40만원 정도 나왔다.

이전에 수술했을 때는 55만원 정도.

재수술을 하고 난 다음에는

털이 다시는 말려 들어가지 않았다.

눈꼽이 많이 끼고 눈물도 많이 나오지만,

단두종인 페르시안의 고질적인 병이라고 해서

내가 자주 케어해주는 수밖에 없다.

이후로도 병원을 종종 가긴 하지만

안검내번으로 인한 방문은 아직 없다.

두레가 건강하게 지내줘서 다행이고 고맙다.

여기까지 온데에는 여자친구의 영향이 크다.

처음 내가 두레를 데려오기로 한 것도,

이렇게까지 책임을 지려 하는 의지를 가지게 된 것도

모두 여자친구의 영향이다.

나 혼자의 상황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솔직한 심정으로,

두레를 데려오고 나서

너무 힘든 상황을 많이 겪으니

마음의 준비를 했음에도

버티기 힘든 순간이 있었다.

두레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고,

내 선택이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고민도 많았다.

앞으로 계속 키우기로 결심을 했으니

파양을 하는 일은 없겠지만,

그냥 그런 고민이 많았다.

여자친구에게 이 고민을 한번

털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복잡한 이야기라서

따로 정리해서 포스팅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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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가 알바하는 곳에 전남친이 우연히 식사를 하러 왔다고 한다.

하나도 변하지 않은 다정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퇴근을 하고 나에게 전화를 했는데, 나는 시니컬한 태도였다고 한다.

나에게 '다정하게 해주면 안돼?' 라는 게, 

나에게서 그 남자의 모습을 찾으려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우리 연애 계속 할 수 있을까"라든지

"내가 처음 본 네 모습은 이게 아니었다"라는 말은

나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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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식 사료는 팬시피스트를 먹이고 있는데,

너무 저렴이를 먹이는 것 같아 내심 미안했다.

그래서 건식 사료로는 좀 좋은 걸 먹여볼까 하는데,

우리 두레는 식탐이 워낙 많아서 저번에 동물병원에서도

비만의 위험이 있다고 했었다. 뛰어다니는 걸 싫어하지는

않아서 다행이지만, 먹는 것에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결정한 웰츠캣 저지방 다이어트 사료. 고양이들에게

기호성이 매우 좋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도 과연 좋아할지..

쿠팡으로 시키니 전날 저녁에 시킨 것이 오늘 오후에 도착했다.

매번 느끼는 건데 로켓배송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주문 후 다음 날 발송, 그 다음날 배송 완료. 보통은 이런

프로세스로, 주문 날로부터 이틀이 걸린다. (당일배송 제외)

하지만 쿠팡은 저녁 시간대에 주문을 해도 그 다음날 오후까지

배송이 완료된다. 이렇게 빨리 배송해주시는 배송 사원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나는 6kg 짜리를 시켰다. 웰츠캣 저지방 다이어트 사료는

2kg짜리보다 6kg 짜리를 사는 게 더 이득이기도 했고,

한 번 사면 오래 먹일 생각으로 넉넉하게 주문했다.

가격은 57,600원이다. 가격대가 좀 있는 편이긴 하나

우리 두레가 좋아할 생각을 하니 아깝진 않았.. 아니

사실 내 주머니 사정에서 좀 출혈이 크긴 했다.

6kg 짜리인데 포장 크기는 거의 쌀포대 수준이다.

10kg짜리 쌀을 시키면 이 정도 크기였던 것 같은데..

웰츠캣 저지방 다이어트 사료는 타 사료에 비해

지방이 25퍼센트 정도 적게 들어 있다, 고 포장지에 써있다.

포장지의 크기는 A4용지와 비교했을 때 이 정도이다.

성분이나 여타 다른 부분들도 뒷면에 적혀 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고양이들이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고양이들이 좁은 집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은

뛰어 다니는 것과 먹는 것.. 그리고 바깥 구경.. 그 정도?

그렇기 때문에 "고양이가 좋아하는 사료"라는 건 나에게

정말 중요한 요소였다.  

급여량인데, 우리 두레는 4.5kg 이고 

저번에 다른 블로그에서 보고 계산해봤을 때

57그램 정도를 하루에 먹이면 된다.

기호성은.. 대박! 너무 잘 먹는다.

원래 먹이던 로얄 캐닌 유리너리 사료보다

두 배는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잘 먹는 모습, 활기를 띠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다 먹고 방에 드러누워 있는 두레..

요즘은 두레랑 같이 지내는 게 내 일상이 되어 버렸다.

고양이 사진을 찍어 친구들과 공유하고,

인스타에 올리고, 혼자 동영상 찍은 것들을

돌려 보면서 좋아하기도 하고.. 내가 고양이를

키우게 될 줄도 몰랐을 뿐더러, 이렇게 좋아하게 될줄도 몰랐다.

내가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어 기쁘고, 내 인생에

고양이가 생겼다는 사실도 행복하다.

형이 더 잘 할게. 열심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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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그러니까 2018년 9월 11일. 동그라미와 나는 연인이 되었다. 어플에서 만난 사이이고

장거리 연애이기 때문에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주변인들의 말과는 달리, 서로의 끊임 없는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다. 나도 지금의 인연이 진짜 내 사람인 것 같고, 다른 사람은 필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주 들기도 한다. 물론 동그라미는 그런 게 다 착각이라고 하겠지만..ㅎ

연애를 하고 있지만 혼자 지내는 시간은 예전과 비슷하다. 동그라미에게 쏟는 시간이

많아졌을 뿐이지, 우린 그렇게 자주 만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우린

서로에게 신경을 많이 쓰고, 연락을 잘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동그라미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처음엔 나도 걱정을 많이 했었다. 부산이란 도시는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곳이고, 생각보다

너무 멀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산을 자주 왕래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우리의 일년은 가을부터 시작한다. 가을, 겨울, 봄, 여름, 그리고 다시 가을.

다시 가을이 찾아오니 일 년 전 생각이 자주 떠오른다. 이 맘 때 쯤이 서로에게

처음 관심이 생겼을 때고, 첫만남을 했던 때이기도 하니 더욱 애틋한 마음이 든다.

일 년 전 갔었던 곳들을 다시 방문해서 추억을 회상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으므로 다음에 꼭 같이 하기로 다짐해본다.

서로 어려운 사정에서도 위로하고 응원하면서 열심히 연애 했다고 생각한다.

동그라미가 왜 좋냐고 한다면, 그 이유를 명확히 꼽을 수는 없다고 느꼈다.

그 여자의 여러가지 모습들이 부분적으로 합쳐진 복합적인 모습을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가끔 가시 돋힌 사람처럼 굴 때가 있는데, 그럴 땐 그저 한없이 안아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나도 우울감과 불안감을 자주 겪는 사람 중 하나인데, 동그라미는 유독 자기혐오가

심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그저 꼬옥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히 든다.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가장 아쉬운 것이 이럴 때이다. 상대방이 아플 때, 외로울 때

가까이 있어주지 못한다는 거. 그게 참 아쉽다.

장거리 연애의 가장 중요한 점은 언젠가는 장거리 연애를 끝내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는 것과

그 시점이 되도록이면 명확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이런 아쉬운 시간들을 언젠가는 추억으로 만들어 청산하겠다는 서로의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동그라미는 무척이나 적극적이고 무서울 정도로 구체적이다.

각자 졸업 후 취업 계획부터 살 집, 인테리어, 고양이에 관한 것, 월급을 어떻게 모을 것인지, 서로의

부모님에겐 어떻게 소개를 할 것인지 등 당장이라도 결혼을 할 사람처럼 플랜을 세우고 있었다.

하고 싶은 결혼식장에 전화해서 견적을 물어보기도 했다고 하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나는 생각보다 매우 단순하다. 계획적인 척하지만 일이 닥쳐야 계획을 세우려 한다.

서로의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사실 없다. 이 점에 있어서 동그라미에게

많이 부끄러웠다. 말로는 사랑을 표현하면서 정작 실천하려는 노력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성격이 정반대인 사람을 만나면서 두 사람 모두 성격이 조금씩 변했다.

나는 감성적인 면과 두루뭉술하게 생각하는 것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했고,

동그라미는 말투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결과가 어찌 됐든

서로에게 맞춰 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둘 다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사이에서 연인이 되고 일 년 간 연애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앞으로의 시간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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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구조된 지 2개월,

허피스인줄 알고 테라마이신만 주구장창

투여하다가 2차 병원 방문 후 

형광검사, 안압검사 등 실시.

검사 결과 안검내번으로 인한

각막 궤양과 유가조직 형성, 그리고

수포 발생.

 

수술 전 병원에서 찍은 두레.

컨디션이 그나마 나아진 상태여서

수술을 잘 진행할 수 있었다.

안과 전문의 선생님이시라 그런지

진단이 정확하고 해야 할 처치가

어떤 것인지 명확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수술 이후 겁이 많아지고 소심해진 두레.

며칠 있다가 돌아오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많이 아팠다. 넥카라를 푹신한 것으로

하지 말라고 하셨고, 플라스틱으로 된

저 불편한 것을 2주 동안이나 착용했다.

수술 때문에 오른쪽 눈 주변 털도 다 밀었다.

실밥도 꿰매져 있었는데, 마음이 아팠다.

수술이 다행히 잘 끝나서 너무나 다행이었다.

물론 내 통장은 텅장이 되어갔지만..ㅎ

그래도 이 아이의 눈이 완치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뻤다.

빨리 2주가 지나고 실밥을 풀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날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히 들었다.

수술한 당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두레는 화장실에서 식빵을 구우며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침대 밑으로도

들어가려 했으나 넥카라 때문에 되지 않았다.

미안한 마음만 가득한 하루였다.

수술 영수증.

돈도 돈이지만, 하루종일 밖에서

수술 결과를 기다리는 것도

긴장되고 피곤한 일이었다. 

수술이 실패로 끝났었다면

어떤 기분이었을지 상상하기도 싫다.

원래 표정이 어두운 편이긴 하지만

수술 후 며칠 간은 유난히 기운도 없고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다. 놀아주려고

해도 장난감에 흥미를 잘 보이지도 않았다.

실밥 근처에 눈꼽이 껴서 굳은 경우가

종종 생기곤 했는데, 정말 난감했다. 내가

힘을 주어 눈꼽을 떼내다가 눈이 잘못되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청결 관리를 하기가 어려웠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장난감에 다시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넥카라를 착용하고도

적응을 한 건지 높은 곳도 잘 올라다니고,

뛰어 다니기도 잘 했다.

집사가 공부를 하고 있으면 꼭 옆에 와서

저렇게 앉아 있다가 간다. 너무 귀엽다.

사람을 너무 잘 따르고 좋아하는 성격이라

이 아이가 버려지고 나서 받았을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면 정말 속상하다.

밥 달라고 할 때가 제일 우렁차다.

입 주변에 까만 것들이 생기는데,

고양이 카페에 물어보니 사료를 먹고 난 후

묻은 가루가 뭉쳐서 생긴 것이라고 한다.

계속 두면 턱드름으로 번질 위험이 있으니

신경 써줘야 한다고 했다.

작은 동물병원만 다니다가

진료과가 나뉘어 있는 종합 동물병원에 다니길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한다. 일단 각 과별

전문의 선생님이 계시기 때문에 진찰 과정부터

상태를 진단하는 것까지 매우 명쾌하다.

물론 진료비는 훨~씬 많이 나오지만..ㅎ

두레는 나에게 입양이 된 이후

2주 간의 플라스틱 넥카라를 포함하여

총 2개월이 넘는 기간을 넥카라와 함께

생활했다. 그동안 그루밍도 제대로 못하고

스트레스 받았을 걸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 뿐이다.

형이 미안..

그래도 네 예쁜 눈이 다시 건강해져서 형은

정말 기쁘다 ㅎㅎ

(실밥 풀고 넥카라 뺀 사진은 다음 포스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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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피스가 한 달이 넘도록 낫지 않아

집사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하는 두레.

답답한 마음에 동물 종합병원에 갔다.

안과 진료를 예약하려는데, 2주를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당일 방문 진료는

절대 안된다고 한다. 2주를 기다려

수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여러가지 검사를 했다.

안과에 관련해서 여러가지 검사를 진행했고,

결과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1. 안구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문제 : 안검내번(안검내반)

2. 안검내번(안검내반)으로 인해 눈꺼풀에 있는 털이

눈을 지속적으로 찔러 자극함으로 인한 문제 : 각막 궤양

이렇게 두 가지인데, 1번을 수술을 통해 치료하고

이후에 눈이 나아지는 것을 봐서 허피스로 인한 안구 손상인지

추후에 살펴봐야 한다고 하셨다.

금액도 정말 많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나도 진료비 때문에

치과 진료를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그거 만큼 나온 것 같다. 이외에도

수술비나 병원 통원 과정에서의

택시비 등을 생각하면, 앞으로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 같다. 심하면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파양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정말 그러고 싶진 않지만 

내가 돈이 없으니..

길에서 2년을 지내서 그런지

밖에 나와도 그리 풀이 죽진 않는다.

오히려 바깥에 나오고 싶어 하고,

호기심에 찬 눈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고양이 산책은 ㄴㄴ해..

한 편으로는 속이 시원하기도 하다.

두 달을 눈을 찡그리고 있던 상태라

어떻게든 고쳐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돈이 많이 깨질 것이라는 건 짐작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예상대로군..' 하고 말았지만,

(사실은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당황했지만,)

아이를 고칠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더 크게 들었다.

두 달 동안 치료를 하면서 처치했던

방안들을 모두 말씀 드렸었다. 스테로이드 안약을

다른 병원에서 받아 썼는데 너무 악화되어 중단했고,

이후 테라마이신을 써서 거의 다 나았었는데

어느 순간 재발에서 더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고 

말씀 드렸다.

안과 수의사 선생님께서는 정말 친절하셨다.

나름 공부도 많이 하고 갔던 터라 말씀하시는 것을

잘 이해했고,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있냐는 말을 들었다.

처음이라고 하니까 놀라셔서, 지인(여자친구)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했더니 아- 하셨다. 여튼, 

효과를 봤었던 테라마이신을 일주일 동안 다시 투여하고

중간중간 인공눈물을 넣어 주는 식으로 해서

최대한 수술을 하기 용이한 상황을 만드는 방안으로 

처방을 해주셨다.

일주일동안 그런 방식으로 열심히

홈케어를 했다. 눈을 찌르는 눈꺼풀의

털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확실히 

눈의 붓기는 많이 빠졌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레는 활발하고, 자신의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한 편이다. 여자친구에게 처음 다가왔을 때도,

죽기 직전인 상태에서 마지막 구원의 요청을 한 것이기

때문에 여자친구와 나는 어떻게든 이 아이를

보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 사진은 안검내번(안검내반) 수술 직전 두레의 모습이다.

언급했듯이 각막 궤양이나 눈을 찌르는 털은 그대로지만

눈의 붓기 자체는 많이 나아진 상태.

수술 과정과 후기는 다음 포스팅에서..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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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쯤 전에 여자친구가 사는 집 근처에서

2년 정도 전에 유기된 것으로 추정되는

페르시안 고양이를 여자친구가 구조했습니다.

평소 길에서도 겁이 많아 멀리서만 봐왔다고 했었고,

여자친구가 근처에 길고양이 밥을 주는 장소가 있는데

거기 놓인 밥만 몰래 먹고 가는 그런 아이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다른 아이들한테 할큄을 당했는지, 얼굴에

상처가 생기고 눈도 허피스에 걸린 것처럼 점점 붓는

상태가 된 채로 여자친구의 퇴근길에 생전 사람 곁에

안오던 아이가 와서 엄청 비비더랍니다. 

여자친구가 눈에 너무 밟힌 나머지 데려왔는데, 

중성화 수술도 하고, 여러가지 검사를 해보니

심장비대증, 흉골 기형, 방광 결석 2개, 허피스 바이러스,

피부병 등등 걸어다니는 종합병원 수준이더라더군요.

 

그런데 여자친구가 지금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는

상태라서 전염될 것도 염려 되고, 비용 문제도 사실

만만치 않아서 일단 제가 데리고 살기로 했습니다.

 

-심장비대과 흉골 기형은 만성 질환이 될 것이고,

 

-방광 결석은 1cm 짜리가 2개인데 유리너리 사료를 먹인 후

경과를 보기로 했고, 녹아 없어지지 않으면 수술 예정입니다.

 

-허피스 바이러스.. 이게 지금 제일 문제인데

허피스 확진은 아닌 상태입니다. 그런데 눈이 부으면서 

눈 근처에 있는 털이 안쪽으로 말려 들어간다고 해요.

이것 때문에 각막에 결막염이 생긴 상태라서 일단은

그 라인을 다시 잡아서 고정시키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네요. 다음주에 수술이 예약되어 있고요.

이후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허피스로 인한 것이

맞다고 하고, 아니면 웬만하면 낫는다고 하네요.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은 대략 잡아도 100만원 이상인데,

다음주에 잡힌 눈 수술은 진료비와 약값, 검사비 모두

포함해서 80만원 정도 나온다고 하네요.. 하하.

 

여자친구에게 솔직하게 말은 못했지만 비용이 참

많이 부담스럽습니다. 저도 여자친구도 대학생

신분으로 이렇다 할 수입원이 있는 것도 아니니

모아둔 돈에서 나가는 건데, 이것도 한계가 있어서..

귀여운 녀석.. 네가 무슨 잘못이 있겠니.

형이 그냥 열심히 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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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후 한 달 넘게 허피스로

고생하고 있는 페르시안 고양이

두레씨..

거의 다 나아가나 싶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눈이 다시 퉁퉁 붓고

눈을 뽑아 버릴 듯이 비벼대서 

부랴부랴 관련 물품들을 구매하고 있다.

위메프에서 약 29,000원에 배송비 포함으로

구매한 플루멕스/플루맥스. 

원가는 44,000원으로 꽤나 비싼 편이다.

동물병원에서 사면 인터넷보다 훨씬

비싸게 판다고 하여 인터넷을 뒤적여 구매했다.

성분표는 위와 같다. 그리고

플루맥스(플루멕스)하루 복용량은 성묘 기준

하루 2회. (1회당 2펌프)

한 마리 당 약 25일 정도를 먹일 수 있는 양이다.

플루맥스가 허피스에 효과가

좋다는 글이나 후기가 많아서

뭐라도 잡는 심정으로 구매했다.

두레가 이걸 먹고 허피스를

떨쳐낼 수만 있다면, 몇 통이고

사줄 수 있을 거야..ㅠ

츄르보다 조금 묽은 질감이다.

색깔은 짙은 갈색이다. 냄새는

별로 나진 않는 것 같은데,

우리 두레는 엄청 좋아한다.

이렇게 사료에 섞은 다음,

물에 풀어서 주었다.

(물에 풀어서 주는 사진은 깜빡..)

냥바냥 호불호가 갈린다고 해서

내심 걱정했는데, 우리 두레는

뭐든 잘 먹어주어서 너무 고맙다.

여담으로,

이외에도 허피스 치료를 위해 구매한 것들 소개.

플라스틱 넥카라도 그 중 하나인데,

쿠팡에서 9,000원 정도에 구매했다.

마감 소재가 부드러운 소재로 되어 있어

괜찮겠다 싶어서 구매했다. 이것도

나름 잘 적응해주어서 고맙게 생각..ㅠ

천으로 된 푹신한 건 손으로 무시하고

눈을 비빌 수 있기 때문.. 집사 속도 모르고

신나게 비벼대는 두레똥.

현재 두레의 상태. 

한쪽 눈이 계속 윙크 상태인데다

재채기를 하루에 서너 번 씩은 한다.

한 번 할 때 두 세번 정도의 엣취.

문제의 오른쪽 눈에서는

계속 갈색 진물이 흐르기 때문에

수시로 닦아 줘야 하는데,

이번 주말에 집을 1박 2일 정도

비워야 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다. 워낙 순둥이에 겁 많은 아이라

호텔링이나 방문탁묘가 어려울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것도 구매를 하려고 했었으나

집을 비우려면 먹이 장난감이

더 필요할 것 같아서 패스.

의외로 다이소에도 고양이 관련

가성비 꿀템이 많은 것 같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곳

다이소에서는 고양이 스크래쳐도 판다.

지금 갖고 있는 게 해지면 한 번 써볼 예정.

플루맥스(플루멕스)를 일주일 정도 써보고

다시 상태를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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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두레

허피스로 한 달 넘게 고생하고 있는

우리 두레는, 현재 테라마이신과

시크린원이라는 안약을 투여하고 있다.

처음 길고양이 생활을 했을 때부터

눈병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잔병치레가

많을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기간이 속절없이 길어지니

솔직히 조금 지칠 때도 있다.

테라마이신은 한 번에 약 2mm 정도

짜서 눈두덩이나 눈동자에 쏙 넣어주었다.

이걸 하루에 2-4번 정도 넣어 주었고,

중간중간 투명한 물 형태로 되어 있는

시크린원이라는 안약도 함께

하루 1-2회 투여했다.

증상은 매우 빠르게 호전되어 갔고,

한 달이 되지 않아 다 나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갈 무렵,

두레는 스테로이드 안약을 처음 투여했을

당시처럼 눈을 심하게 비비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고, 결국 플라스틱으로 된

깔대기(넥카라)를 급하게 구입하고

테라마이신 투여를 잠정 중지하기로 했다.

오프라인에서 사는 건 너무 비싸고,

마음에 드는 것도 별로 없어 

인터넷을 알아보았다. 쿠팡에서

사면 주말 상관 없이 다음날 바로

수령할 수 있었지만, 최소 금액을 채워야 했다.

로켓배송을 하기 위해 라면과 다른 과자류들을

함께 구매했다. 마침 집에 다 떨어졌던 참이었으니.

동물병원에 문의 전화를 해보았더니,

테라마이신은 최대 한 달 정도가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시크린원이라는 안약은 원래는 사람이

쓰는 안약인데, 이것도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한다.

오늘 아침 두레의 모습..

형이 미안해. 그냥 한없이

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다.

언제쯤 건강한 고양이가 될 수 있을까.

테라마이신이 효과가 좋다고 해서

투약을 하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오래

하면 안된다고 하니 사실 좀 막막하다.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아직 잘 모르겠고,

병원에 데려가도 항생제 주사 맞고,

복용약 처방 받고 지켜보자는 말 뿐이다.

이것저것 인터넷으로 찾아보다가

플루맥스, 엘라이신 같은 고양이의

허피스에 좋다는 영양제들을

발견했다. 다음주까지도 차도가 없으면

이런 영양제도 구입해서 먹여볼까 한다.

오늘 두레의 육묘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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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의 집사가 된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아직 두레의 허피스는 낫지 않았고, 

링웜으로 의심되는 피부병이 추가로 발견되었다.

유기묘 생활을 2년 한 것 치고는

잔병치레가 약한 편이라고 위안을 삼아 보지만

솔직히 좀 힘들긴 하다..ㅎㅎ;

두레를 처음 데려왔을 때의 모습.

한 달 정도 전 모습이다.

길냥이 생활을 하면서 다른 고양이가

할퀴었는지 어쨌는지 얼굴에는 상처가 있었고,

그 주변엔 털이 나지 않았다.

눈도 한쪽이 부어 있었던 상태였는데,

테라마이신을 처방 받은 직후의 상태이다.

 

그리고 일주일이 더 지난 상태.

눈 주변 피부에서는 솜털이 조금씩

나고 있었고, 눈의 붓기는

거의 다 빠진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완치를 바랐던 나와 여자친구의 고민 끝에

동물병원에 한 번 데려가게 되었고,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간 안약을

처방 받아서 넣어 주기 시작했다.

수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땐 스테로이드가

좋지 않지만, 붓기를 빼는 데에는

도움이 되기 때문에 처방을 하는 것이라 했다.

그렇게 5일 정도 스테로이드 안약을

꾸준이 투여했더니

애 눈이 이지경이 되어버렸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가려움증을

참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눈을 비비려 하길래,

다시 넥카라를 씌웠다. 하지만 천으로 된

넥카라는 아이의 의지를 막지 못했고,

두레는 넥카라를 무시하는 방법을 터득하여

힘으로 눈을 비빌 수 있게 되었다.

 

심각할 때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눈 안쪽 순막이 퉁퉁 붓고 빨개져서

눈 뜨고 보기 힘든 지경까지 이르렀었다.

너무 빡친 상태로 병원에 전화를 해보니,

스테로이드는 그만 하라고.. 한다.

전화를 한 김에 이것 저것 물어봤다.

시크린 원이라는 사람 안약을 

아이에게 써도 되냐고 했는데,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안연고(테라마이신) 하고

시크린 원 하고 해서 다시 투약을 시작했다.

아래는 그 후 약 3-4일이 지난 후의 모습이다.

아이의 상태는 바로 호전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눈 붓기가 가라앉았기에

스테로이드가 문제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완치가 되나 싶었는데,

테라마이신과 시크린 원을 오래 투여한 것이

또 문제가 되었나보다.

육묘의 길은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

아이가 스테로이드를 투여했을 때처럼

눈을 비비려고 진짜 발광을 한다.

마치 눈 안에 벌레라도 들어간 것마냥

자기 눈을 파내려는 듯이 너무 심하게

눈을 비빈다.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침대에 아이를 데려와서 다독여 주거나,

장난감과 간식으로 관심을 돌리고,

아이가 잠이 들 때까지 곁에 누워 있다가

살짝 일어나서 글을 쓰고 공부를 한다.

 

오늘 오전에 동물병원에 전화를 해보니

테라마이신은 최대 한 달까지 투여를 하고

이후에는 휴약기를 가지는 게 좋다고 한다.

시크린 원 또한 최소한으로 투여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건 하루에 많아야 두 번만

투여 하려고 한다. 다음주에 이틀 동안 집을

비워야 하는 일이 생기는데,

그 때까지 아이가 낫지 않으면

안과 전문의가 계신 동물병원을

방문해볼 예정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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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여자친구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여자친구가 2년 동안 지켜보던

페르시안 고양이를 구조했단다.

그 지역에 이사 올 시점부터 계속 있었던

고양이인데, 코숏이 아닌 것을 보고

단번에 버려진 아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최근 눈 근처에 사진이 깊고 생명에 지장이

있어 보여 얼른 구조를 하고, 사비를 털어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는 참담했다.

방광에 1cm 결석 두 개, 방광염, 안구 결막염에

길거리 음식을 먹다 보니 장도 좋지 않고, 천식에

혈뇨에 혈변에 심장병까지 있다고 한다.

다행히 주변에서 계속 지켜 보던 주민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함께 돈을 모아 동물병원에 데려갔고,

검사 비용과 미용, 약값까지 처리를 해주셨다.

당장 먹을 수 있는 습식 캔사료와 숨숨집, 그리고

고양이 화장실까지 새 것으로 구매를 해주셨다.

여자친구는 그런 도움을 받아 고양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을 왔다 갔다 하면서 치료를 받았고,

이제 이 아이가 갈 곳만 정하면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소식을 듣고 여자친구가 나에게 살짝 고양이를

길러 보는 것이 어떻냐고 떠보았을 때, 망설임 없이

안된다고 했었다. 당연히 내 코가 석 자이기 때문이고,

개인적으로 고양이보다 강아지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그곳에 이사를 올 때부터

보아왔던 아이고, 버려진 상태로 2년이나 지내는 것이

너무나 마음 아프다는 말에 덜컥 내가 기르겠다고

해버렸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그렇게 해서 대전에서 부산까지

기차를 타고, 20분 만에 아이를 인도 받아

다시 대전으로 돌아왔다.

페르시안 유기묘 두레를 데려오기로 결정한 후 베란다 정리로 화장실 공간 만들기
두레와의 첫 만남. 부산역에서 인도 받아 바로 돌아오는 기차를 탔다.
오는 동안 많은 사람들에 스트레스를 받을까 하여 내 옷을 덮어 주었다.

 

두레는 우여곡절 끝에 우리 집으로 왔다.

처음 도착 후 숨숨집과 화장실을 먼저

설치하고, 이동장의 문을 열어 주었다.

어리둥절한 두레.. 이동장에서 나오자마자

침대 밑으로 들어가서 나오질 않는다.

천사 같은 두레.. 어리둥절한 모습

두 시간이나 기차를 타고 오면서도

아무 소리도 내지 않던 게 어찌나 고맙던지..

반려동물과 함께 기차를 탄 건 처음이라

좀 긴장했던 것 같다.

구석부터 찾는 두레.. 

많이 두려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럴 줄 알고 침대 아래를

정말 열심히 청소해놨다.

이렇게 세 시간 정도를 침대에서

나오질 않더니, 밥 냄새가 나니까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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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한 달 동안 나는 모교로 교생 실습을 다녀왔다.

정확히는 교육실습생, 거칠게 말해 선생님 체험. ㅋㅋ

중학교 2학년 때 국어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 이후 바뀐 적이 없었던 나의 장래희망은,

군 전역 후 망해버린 학과 아웃풋에 수능을 봐서 교대를 보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하였다.

하지만 굳어버린 머리를 가지고 휴학생 신분으로 방구석에서 수능 공부를 한들,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그와중에 한 달 간 연애를 하고, 공연을 보러 다니고, 별 짓들을 다했던 기억이 난다.

수능 결과는 뻔했다. 교대는 커녕 이름 들어 본 국립대학도 들어가지 못할 수준이었다. 

(정시 원서를 아예 안 넣어 봐서 정확히는 모르겠다만..)

그래서 수능이 끝나고 알바를 하면서 결심했던 것이 공무원이었다.

나는 그때까지도 학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학교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된다면

교사인 척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교육행적직 직렬을 목표로 삼았었다.

그래서 2018년 1월부터 교육행정직을 목표로 알바비를 털어 공단기 프리패스를 끊었고

한 학기를 더 휴학했다. 수능 공부에서 공무원 공부로.

처음엔 좋았다. 점점 외로워졌다. 결국 그 해 국가직과 지방직은 응시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아무 것도 되지 못한 채 1년을 허비한 후 학교로 돌아왔다.

2학년 2학기로 다시 학교를 다니려니 너무 힘들었다. 아는 사람은 떠나가고, 나를 실패한 사람 취급하는 

눈빛들도 더러 보였다. 그들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고 하겠지만..

그렇게 작년 2학기를 보내고, 올해 3학년 1학기가 되어 교생 실습을 나왔다.

모교 중학교로 가게 되었는데, 내가 걱정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이렇게 일하고 돈 받으면서 생활하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나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미래에 대해 교감하는 과정이 너무 행복했다.

내가 전체를 보지 못한 것일수도 있지만, 교장, 교감, 부장 급이 아닌 평교사끼리는

이렇다할 상하관계조차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도 수평적인 조직으로 보였던 것이다.

아마 내가 꿈꿔왔던 직장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고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닌 삶을 산다면 내 인생이 정말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민을 하고 있다.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교사의 꿈을 다시 한 번 꿀 것인가.

아니면 현실을 직시하고 공무원 준비를 계속 할 것인가.

모두가 알고 있듯, 정답은 없고 어느 쪽이 더 나은 것인지는 모른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도 아무도 모른다.

쉬운 길은 없다는 것.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요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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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스타그램을 다시 시작했다. 나 자신을 소홀히 했다.

2. 착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바보는 바보라서, 착하지 않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건가. 노력한 것도 나이고, 배려한 것도 나인데, 왜 잘못은 내 탓으로 돌아오는가. 깨어 있기 싫은 날이다.

3. 비가 오니 짜증이 밀려 온다. 이 감정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 전염이 될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러지 않기로 다짐한다. 혼자 풀고 끝내면 될 일이다. 감정 같은 거, 나눌 필요도 없는 허상일 뿐이다.

4. 존재하지도 않는 자존감을 팔아 돈을 버는 인간들을 혐오한다.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은 자신이 자존감이 낮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으면 된다.

5. 내 인생 마지막 채플이 끝났다. 이제 살면서 절대로 예배는 드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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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가 무사히 할머니가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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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부산에 갈 시간이 생겼다. 나는 기차 표를 예매하고, 부산으로 향했다. 부산역에 도착하자 민수가 오프숄더를 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SRT 내리는 곳을 헷갈린 동그라미는 내가 내리자마자 있지는 않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동그라미는 그 자체로 사랑스럽고, 내게 행복을 주는 존재이다.

부산역에서 나와 차이나타운을 한 바퀴 돌았다. 신발원이라는 만둣집이 있었는데, 동그라미가 좋아하는 곳이다. 만두가 맛있다고 하여 먹어 보고 싶었으나, 그날은 문을 일찍 닫은 모양이었다.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서면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고 서면에 도착해 우리는 연어를 먹었다. 동그라미가 아버지와 자주 온다는 연어 맛집에서 세트 메뉴와 웰치스 포도맛을 함께 먹었다. 학술답사 이후에 처음으로 먹는 연어는 언제나 맛있었지만, 동그라미와 함께 있어 즐거웠다. 내가 부산에 가는 이유는 동그라미였다.

연어를 먹고 나와 우리는 삼보게임랜드에 가서 게임을 했다. 영화관 앞에 있는 게임장과 같은 게임장이었는데, 거기서 잠시 함께 놀았다. 기억에 남는 건 모르는 상대와 철권을 해 거의 이길뻔 하고 일어나는 동그라미의 표정과, 게임장 입구에서 오프숄더를 입고 펀치를 치던 동그라미의 모습이었다.

처음으로 방문한 동그라미의 집에서 만난 고양이는 반가웠다. (임시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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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아니지만 동그라미가 기차 표를 예매한 것으로 나를 놀래킬 때 나는 너무나 감동을 받고 벅차다. 멀리 있어서 항상 보고 싶지만, 보고 싶다고 할 때마다 나를 위해 달려 와주는 동그라미가 있어서 나는 행복하다. 저녁 610분 쯤 도착한다고 하는 동그라미를 위해 수업이 끝나고 쏘카를 빌려 대전역으로 향했다. 퇴근 시간이라 길이 막혔고, 기차 도착 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나는 주차장에 도착했다. 헐레벌떡 대전역에 있는 성심당으로 갔으나 동그라미가 먹고 싶다던 바닐라라떼가 없었다. 얼른 뛰어 내려가 근처 빽다방으로 향했다. 바닐라라떼를 시켰고, 3분 정도만에 나왔다. 그걸 들고 다시 지하 상가로 가는 계단으로 뛰었다. 다행이 늦지 않게 도착했고, 동그라미를 맞이할 수 있었다. 동그라미를 데리고 오는 길에, 업데이트되지 않은 네비게이션 탓에 도로를 잘못 들었다. 사고는 나지 않았고,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차량을 반납하고 우리는 일미 닭갈비에 갔다. 먹고 싶다던 음식에 포함되어 있는 메뉴였다. 닭갈비를 배부르게 먹고 매번 가는 코스로 학교를 한 바퀴 돌아 내가 사는 자취방으로 향했다. 그날 밤은 길었다.

늦은 아침 일어난 우리는 외출 준비를 하고 나와 순대국밥을 먹기로 했다. 원조 할머니 순대국밥에 갔으나 점심시간대에 사람이 많아 참맛 국밥집으로 향했다. 원래 가려던 곳보다는 맛이 덜했지만, 동그라미는 맛있게 먹어주었다. 함께 식사를 한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내가 봉사활동을 가는 길을 동그라미는 함께 해주었다. 내 일상에 그녀가 함께 해준다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동그라미는 나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나도 동그라미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있음으로써 동그라미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행복이 어떤 감정인지는 나도 아직 정의할 수 없다. 하지만 일순간 행복하다고 느낄 때가 있으니, 그런 감정을 동그라미에게도 주고 싶다.

내가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동그라미는 한남대 북문 스타벅스에 가서 88년생 김지영을 봤다. 동그라미는 책 읽는 것이 취미이다. 동그라미의 독서량은 어마어마하다. 책을 읽는 속도도 빠르다. 그 책을 한 시간 반 만에 다 읽었다고 한다. 아무리 쉽게 읽히는 책이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빠르게 읽기는 쉽지 않은데.

봉사를 마치고 나오자 동그라미는 근처에서 길고양이들에게 츄르를 주고 있었다. 동그라미를 겁내지 않던 고양이들은 옆에 내가 오자 겁을 냈다. 내 섬세하지 못한 행동들이 고양이를 도망가게 만들었다. 한 녀석이 도망가지 않고 다가와 츄르를 먹었다. 너무 귀여웠다.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타슈 자전거를 봤다. 동그라미는 그걸 타고 함께 엑스포다리 근처에 놀러 가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러자고 했고, 동그라미의 알바 시간대가 C조로 편성되었다. 금요일 밤까지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우여곡절 끝에 타슈를 빌린 우리는 기쁜 표정으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자전거의 성능은 썩 좋지 않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가는 길에 맥도날드에 들러 아아 한 잔과 아이스크림을 샀다. 자전거를 인식하지 않는 맥드라이브에서 나와 동그라미가 매장에서 주문을 해왔다. 맛있었다. 그리고 그걸 먹는 동그라미는 귀여웠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는 기분은 정말 좋았다. 그런 상쾌함을 느껴본 지가 정말 오래 되었고, 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니 행복했다. 동그라미와 함께면 뭐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달리는 내내 했다. 한밭수목원에 도착하니 과학을 주제로 한 축제 기간이라고 하여 푸드트럭이 즐비하게 있었다. 그 중 아직 폐점을 하지 않은 곳에 가서 떡볶이를 먹으려 했으나 음식이 모두 다 팔리고 없었다. 인심 좋은 사장님께서 어묵 국물을 주셨다. 따뜻하고 맛있었다. 동그라미 주변에는 좋은 사람이 늘 뒤따른다. 동그라미는 좋은 기운을 내는 사람이다. 마침 걷기대회 비슷한 걸 하는 무리들이 지나갔는데, 그 단체에서 나눠주는 풍선을 동그라미는 너무나도 갖고 싶어 했다. 들뜬 마음으로 사진을 찍고, 우리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돌아와 이터널 선샤인을 함께 보기로 했다. 그러나 내가 너무 피곤했던 나머지 잠이 들 것 같아 10분만 자고 다시 일어나서 영화를 보겠노라고 하고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니 동그라미는 이미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를 위해 영화를 포기하고 그냥 잠을 자기로 한 것이다. 잠이 쏟아지는 와중에 너무나도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토요일 아침, 동그라미는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 바로 출근했다. (임시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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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열 시간 통화를 처음으로 넘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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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그라미가 시간을 길게 내어 대전에 왔다. 수, 목, 금, 토 3박 4일을 계획하고 올라왔다. 금요일 저녁에는 같이 기차를 타고 부산에 내려가 퀴어축제와 음악 페스티벌을 즐기기로 했다. 갑자기 몰아친 태풍 때문에 동그라미 아버지의 출장이 취소되어 동그라미가 목요일 저녁에 가기 전까진...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아쉬워 한다면 동그라미의 마음도 편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크게 티낼 수가 없었다. 너무 보내기 싫어서 눈물이 났지만 울 순 없었다. 

  수요일에는 저녁 때를 맞춰 보문산 전망대를 다녀왔다. 한밭 종합경기장에 마침 야구가 끝날 시간이라 가는 길에 야구 응원복을 입은 사람들을 보았다. 노을을 보고 밤을 함께 맞이하며 가을 바람을 맞았다. 보문산 전망대는 언제 가도 그 자리에서 우리에게 멋진 경치를 선사하고 있었다. 500원을 내고 망원경으로 야구 선수들이 연습하는 모습도 봤다. 어딜 데려가든 좋아해주는 동그라미를 보며 이 여자의 사랑을 받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요일에는 11시 수업이 있었는데, 수업을 듣는 동안 동그라미는 사범대 등나무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동그라미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옆에 앉으라 손짓했다. 옆에 앉아 동그라미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민수는 얼마 남지 않은 책을 모두 읽은 후 조금밖에 남지 않아 다 읽고 싶었다고 했다. 필통을 놓고 와서 민수의 만년필을 빌렸던 것을 돌려주고 나서, 동그라미는 부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애써 담담한 척 괜찮노라, 고 했다.

  저녁 늦게 대전역에 동그라미를 보내고 나니 기분이 너무 우울했다. 헤어질 때마다 이런 기분을 느낄까? 익숙해지면 무뎌질 때가 올까? 아님 오래 가지 못할 사이인가? 그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동그라미와는 정말 오래도록 사랑하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집에 오는 동안 동그라미와 내내 통화를 했다. 동그라미는 KTX를 타고 갔는데, 도착할 때까지 통화를 했던 걸로 기억한다. 

  전화를 끊기가 그렇게 싫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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