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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같은 소심한 사람은 감정 표현을 잘 하지 못한다. 일부러 안하는 것도 있지만,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을 때 그 자리에서 표출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런 감정은 예쁘게 핀 얼굴 위의 뾰루지처럼 언젠가는 '톡'하고 터지고야 만다. 바로 그 순간, 내 감정을 상대방에게 논리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처음엔 화를 내기 위해 상상을 했다. 나를 화나게 한 사람에게 내가 화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생각하다 보니, 마음 속으로 논리를 세우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상상의 나래가 지하 5층 정도에 똬리를 틀고 앉을 때도 있고, 혼자 비행기를 타고 홍콩으로 날아가버릴 때도 있다.


  내가 자주 상상하는 대상은 아빠다. 보통사람들이 아빠와 어떻게 지내는 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빠와 그리 가깝지 않다. 이야기도 안하는 정도로 멀지는 않지만, 엄마처럼 내 모든 걸 알고 계시진 않는다.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해도 아빠보단 엄마가 먼저 알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아빠보단 엄마와 자주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빠는 어렸을 적 나를 포함한 나머지 세 가족에게 정말 못되게 굴었다. 내가 고등학교때 기숙사를 들어가면서 아빠의 폭력은 사라졌다. 기숙사에서 아빠가 우리 세 가족에게 했던 행동들을 일기장에 적은 것이 있는데, 한 바닥을 다 채우고도 다 적어내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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