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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6일 금요일

  인간은 망각의 동물임에 틀림 없다. 내가 모든 인간을 대표하는 표본이 될 순 없지만, 적어도 나만큼은 심각하게 망각이라는 고질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이다.

  엄마한테 짜증내지 말자고 다짐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모든 일이 엉켜버린 지난 일주일, 오늘 내 자취방에 오겠다는 엄마의 카톡을 보고 짜증이 났다. 다행히 통화를 하던 중은 아니어서 엄마는 내가 짜증이 난 걸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짜증을 낸 것을 알고 있다. 

  왜 나는 그 카톡을 보고 화가 났을까. 아마도 내가 휴학한 것을 숨긴 사실을 들킬까봐 겁이났을 것이다. 또, 아무리 가족이라도 내 자취방에 타인이 오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이런 흉측한 모습을 엄마한테 보여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며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나에게 갑질을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왜 갑질을 하고 있는가. 엄마는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걸, 아니 포기할 수 없다는 사람임을 알면서도 왜 엄마에게 나를 포기하라는 제스쳐를 계속 취하고 있는가. 스스로가 너무나도 원망스럽다.

  나는 왜 이런 사람이 되었는가. 내 모든 것을 포용해주는 엄마가 밉다. 차라리 나를 미워했으면 나도 속편히 살았을텐데, 라는 머저리같은 생각이나 하는 나를 사랑으로 감싸안아주는 엄마가 밉다. 나같은 놈에게 사랑은 분에 겨운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워 페미니즘에 관한 영상을 틀어놓고 이야기를 듣다가 잠이 들었다. 그러다 엄마의 카톡에 잠이 깬 것이었다. 엄마는 나에게 자각을 주었는데, 나는 왜 그럼에도 엄마에게 짜증을 내려 하는가. 이런 내가 무슨 일을 책임감 있게 하겠으며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려 하는가.

나는 불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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