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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나의 엄마와 아빠는 정말 많이 싸우셨고,

이혼 얘기도 많이 오갔었다.

글쎄, 어린 내가 보기에 아빠가 엄마를 많이 때렸고

엄마는 전업 주부셔서 집에 있는 시간이 아빠보다 길었기에

내 마음 속은 엄마의 편을 들었을지 모르나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도 완전히 잘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정확한 판단은 본인들만이 할 수 있겠지만..

유독 엄마는 아빠와 싸울 때마다

집을 나가겠다는 선언을 많이 하셨다.

그 당시 "꼭 한 번 만나고 싶다"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거기서 나오는 재연 배우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었다.

'엄마가 돈 벌어서 다시 돌아올게.'

열에 아홉은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연이다.

우리 엄마도 집을 나가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엄마가 너무나 힘들어 보였고, 집을 나가겠다고 했을 때

엄마도 똑같은 말을 했었다.

'엄마가 돈 벌어서 다시 돌아올게.'

그게 내 직감이든, 아니면 매스컴의 영향이든

어린 나는 엄마가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내 곁에 엄마가 없는 게 우선이었던 모양이다.

울면서 가지 말라고 애원했었던 기억이 난다.

어릴 적이라 잊혀질 것 같았던 기억들이

생각보다 생생하게 남아 있다.

아빠가 엄마를 죽이겠다고 이불을 뒤집어 씌우고

숨이 막히게 하려던 것, 엄마가 입고 있던 옷에

라이터로 불을 지피려던 것, 벽에 세워 두고

반대쪽 벽에서 달려가 엄마를 밀치던 것, 등등

예전에 수기로 적었던 일기장에 전부 남아 있다.

지난 6월부터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이 고양이에게도 부모가 있지 않았을까,

형제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잠기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나는 버리지 말고

잘 키워야겠단 생각이다.

식탐이 많고 울음소리가 커서 가끔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 녀석이 있어서 외로움이 많이 해소된다.

나에게 특별히 와서 애교를 부린다거나 하는 건 없다.

하지만 아침에 밥 달라고 나를 깨우고,

집에 가면 나를 보며 애옹애옹 우는 이 녀석을 보면

왠지 모르게 의지가 된다.

그게 단순히 밥 달라고 하는 것일지라도.

내 안에 남아 있는 이 응어리들이 언제 해소될지는 모른다.

해소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해소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지도 모른다.

그냥 나만 평생 간직하고 살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가끔씩 이렇게 기억들이 문득 나를 어깨빵 하듯이

치고 지나갈 땐, 살짝 괴롭기도 하다. 

그때의 아빠에게 물어보고 싶다. 왜 그랬냐고.

엄마에게도. 왜 그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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