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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내게 대화가 안 통하는 사람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고 했다. 맞다. 우리는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대화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다. 이걸 맞춰가는 과정에서 너는 나의 방식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고, 나는 그걸 고치거나 맞춰 주려 노력하지 않았다. 고친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대로 돌아왔다. 내 안에 있는 방어기제, 예민함, 점점 널 당연시 여기는 나의 오만함 등 항상 등신같이 지나고 나면 후회한다. 너는 서로의 잘잘못이 있다고 했으나, 나는 내 잘못이 더 크다고 느낀다. 이 문제에 대해서 네가 몇 번이나 말했었고, 그 때마다 나는 사과하고 후회하고 반성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 한계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정말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놓아줄줄도 알아야 한다는 영화 대사가 있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또다시 내 욕심과 참회를 위해 너를 붙잡아야 할까. 아니면 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너를 이제는 놓아줘야 할까. 나를 만나면서 오히려 외로워지고 사랑에 대한 결핍이 커졌다는 말을 하며 내 앞에서 우는 너를 보며 나는 너를 붙잡는 게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오래전부터 이야기했던 것들을 고치지 않고 지키지 않는 나를 보면서 넌 점점 나에 대한 신뢰를 잃어갔겠지. 나에게 헤어지자고 말한 이유는 여러가지라고 했다. 사랑하지만 헤어지고 싶다고도 했다. 전부 납득이 가는 이유였지만, 그럼에도 난 정말 너를 놓치고 싶지가 않다. 나에게 주어진 약 20일의 시간 동안 난 뭘 더 할 수 있을까. 널 붙잡기 위한 시간을 보내야 할지, 널 힘들지 않게 보내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아 혼란스럽다. 그리고 이러다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모두 허비할까 더 두렵다. 적어도 시간이 지나고 후회는 하지 말아야 할텐데.

  여행가자, 는 말에 "할 수 있으면 하자"라고 대답하는 널 보며 난 더 불안해진다. 정말로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이성적으로는 들면서도, 현실을 부정한다. 그래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야. 내가 어떻게든 설득할 수 있을 거야. <있을 때 잘해>라는 노래에는 "가까이 있을 때 붙잡지 그랬어"라는 가사도 있다. 네가 아직 내 옆에 있을 때 네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릴 수 있다면 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네가 더 이상 우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큰 상실감으로 다가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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