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자친구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여자친구가 2년 동안 지켜보던
페르시안 고양이를 구조했단다.
그 지역에 이사 올 시점부터 계속 있었던
고양이인데, 코숏이 아닌 것을 보고
단번에 버려진 아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최근 눈 근처에 사진이 깊고 생명에 지장이
있어 보여 얼른 구조를 하고, 사비를 털어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는 참담했다.
방광에 1cm 결석 두 개, 방광염, 안구 결막염에
길거리 음식을 먹다 보니 장도 좋지 않고, 천식에
혈뇨에 혈변에 심장병까지 있다고 한다.
다행히 주변에서 계속 지켜 보던 주민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함께 돈을 모아 동물병원에 데려갔고,
검사 비용과 미용, 약값까지 처리를 해주셨다.
당장 먹을 수 있는 습식 캔사료와 숨숨집, 그리고
고양이 화장실까지 새 것으로 구매를 해주셨다.
여자친구는 그런 도움을 받아 고양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을 왔다 갔다 하면서 치료를 받았고,
이제 이 아이가 갈 곳만 정하면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소식을 듣고 여자친구가 나에게 살짝 고양이를
길러 보는 것이 어떻냐고 떠보았을 때, 망설임 없이
안된다고 했었다. 당연히 내 코가 석 자이기 때문이고,
개인적으로 고양이보다 강아지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그곳에 이사를 올 때부터
보아왔던 아이고, 버려진 상태로 2년이나 지내는 것이
너무나 마음 아프다는 말에 덜컥 내가 기르겠다고
해버렸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그렇게 해서 대전에서 부산까지
기차를 타고, 20분 만에 아이를 인도 받아
다시 대전으로 돌아왔다.
두레는 우여곡절 끝에 우리 집으로 왔다.
처음 도착 후 숨숨집과 화장실을 먼저
설치하고, 이동장의 문을 열어 주었다.
어리둥절한 두레.. 이동장에서 나오자마자
침대 밑으로 들어가서 나오질 않는다.
천사 같은 두레.. 어리둥절한 모습
두 시간이나 기차를 타고 오면서도
아무 소리도 내지 않던 게 어찌나 고맙던지..
반려동물과 함께 기차를 탄 건 처음이라
좀 긴장했던 것 같다.
구석부터 찾는 두레..
많이 두려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럴 줄 알고 침대 아래를
정말 열심히 청소해놨다.
이렇게 세 시간 정도를 침대에서
나오질 않더니, 밥 냄새가 나니까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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